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70만명(2018년 기준)을 넘어섰다. 노인 10명 가운데 1명꼴(유병률 10%)로 치매를 앓고 있다. 2024년에는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치매의 70% 이상을 난치성인 알츠하이머병이 차지한다.
이런 가운데 간단한 혈액 검사로 알츠하이머 치매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돼 임상연구에서 효능이 입증됐다. 이 검사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을 예측하는 민감도는 100%, 특이도는 92%로 높은 수준이어서 치매 선별검사 도구로써 유용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연구팀은 올해 안에 이 검사법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알츠하이머병은 확실한 치료법이 없는 상황에서 조기 발견을 통한 초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중앙대병원 신경과 윤영철 교수 연구팀(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상윤 교수, 가천대 바이오나노학과 안성수 교수, ㈜피플바이오)은 ‘알츠하이머병의 바이오마커(표지자)로서 혈장의 아밀로이드-베타 올리고머화: 블라인드 검사 연구’란 제목의 논문을 국제 ‘알츠하이머병저널’(Journal of Alzheimer’s Disease) 최신호에 발표했다.
현재 가장 확실한 알츠하이머병 진단법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척수액에서 발견되는 이상 단백질(독성) 성분인 ‘아밀로이드-베타(Amyloid-β)’와 ‘인산화 타우’(p-Tau), ‘총타우’(t-Tau)를 측정하는 것과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 단층촬영(amyloid PET)검사가 있다.
하지만 이들 검사법은 몸에 검사 장비를 찔러넣어야 하는 침습성과 고비용 등으로 실제 임상에서 활용도가 떨어진다. 환자 입장에서도 신체적, 경제적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고자 환자가 힘들지 않게 진단할 수 있는 알츠하이머병 바이오마커를 찾기 위한 연구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으나, 대부분 실제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내놓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환자 52명과 정상인 52명의 혈액에서 알츠하이머 위험도를 나타내는 물질인 ‘아밀로이드-베타 올리고머화’(MDS-OAβ, MultimerDetection System-Oligomeric Aβ) 정도를 검사했다.
MDS-OAβ는 혈장(혈액의 액체 성분)에 합성 아밀로이드 베타(synthetic Aβ)를 넣어준 후 혈장 내 아밀로이드-베타 올리고머화 정도를 측정해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정상인을 구별할 수 있는 검사법이다.
병원에서 채혈하는 것과 같은 양인 약 4cc의 혈액을 뽑아 그 가운데 혈구(백혈구 적혈구 혈소판)를 제외한 혈장 성분 10uℓ 정도를 활용한다.
연구결과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MDS-OAβ값은 1.43ng/㎖, 정상인은 0.45ng/㎖로 정상인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MDS-OAβ 수치가 유의하게 높게 나왔다.
치매의 중증도를 평가하는 지표인 임상치매척도(CDR)를 0.5~3으로 봤을 때, 특히 증상이 경미한 초기 단계의 CDR이 0.5에서 1일 때 그 수치가 각각 1.46ng/㎖, 1.53ng/㎖를 나타내 정상인(0.45ng/㎖)과 큰 차이를 보였다.
다시 말해 가벼운 단계의 초기 알츠하이머병일 때 혈액 내 MDS-OAβ 값을 측정함으로써 조기에 병 여부를 찿아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병 예측 민감도(질병이 있음을 찾아내는 정도)는 100%, 특이도(정상을 찾아내는 정도) 92%의 높은 결과값이 확인됐다. 또 MDS-OAβ가 양성인 경우 아밀로이드 펫(amyloid PET) 촬영검사에서도 높은 양성율을 보였다. MDS-OAβ가 치매 선별검사로서 가능성이 높아 치매 환자 진료 시 임상적 판단에 적극적인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됐다.
윤영철 교수는 4일 “이번 연구를 통해 MDS-OAβ가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위한 고감도와 특이성을 갖는 혈액 기반의 바이오마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추후 이를 기반으로 한 진단키트를 개발해 올해 안에 국내 상용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