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에스퍼에 신뢰 이미 잃어” 경질설
에스퍼 항명에 백악관 “선 넘었다”
트럼프 “반드시 군대동원할 필요 없어” 물러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3일(현지시간) “법 집행에 군대 병력을 동원하는 선택은 가장 시급하고 심각한 상황에 한해서만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어 “우리는 지금 그런 상황에 있지 않다”면서 “나는 (군 동원을 위한) 폭동진압법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확산되는 흑인 사망 항의 시위와 관련해 “무법사태를 끝내기 위해 군대를 동원할 것”이라고 압박했던 것에 대해 에스퍼 장관이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에스퍼 장관의 경질설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다른 핵심 참모들은 에스퍼 장관의 발언에 대해 “행복하지 않다”고 밝혔다고 CNN방송이 백악관 사정에 밝은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공화당 고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에스퍼 장관에 대해 어떤 신뢰도 갖지 않고 있다고 CNN방송에 전했다.
고위 당국자는 NBC방송에 고위 당국자는 “백악관에서 에스퍼 장관의 발언은 호평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참모들을 인용해 “백악관은 에스퍼 장관의 발언은 선을 넘은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에스퍼 장관을 경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보수성향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군대 동원과 관련해 “그것은 상황에 달려 있다”면서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의 항명에 놀란 트럼프 대통령이 한발 물러선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제기됐다.
예스맨으로 불렸던 에스퍼 장관은 이날 국방부에서 브리핑을 자청하면서 시위 진압을 위한 군대 동원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TV로 생중계된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에스퍼 장관은 시위 확산의 단초가 된 흑인 사망 사건에 대해 “끔직한 범죄”라면서 “인종주의는 미국에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인정하고, 대응하고, 뿌리 뽑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위대를 ‘폭력배(Thugs)’라고 부르는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입장에 선 것이다.
에스퍼 장관은 또 자신이 최근 시위현장을 ‘전장(戰場)’이라고 표현했던 것과 관련해 “그 단어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것”이라면서도 “돌이켜보면, 나는 표현을 썼어야 했다”고 물러섰다.
에스퍼 장관은 ‘군의 정치화’와 관련한 비판을 의식해 “나는 국방부가 정치에서 떨어지도록 매우 노력하고 있는데, 대선에 다가가고 있어 최근 매우 힘든 일”이라고 토로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어 지난 1일 최루탄으로 시위대를 해산시킨 뒤 트럼프 대통령이 교회 앞을 찾아 성경책을 들고 사진을 촬영하는 현장에 동행했던 것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에스퍼 장관은 교회 방문에 동행하는 것은 알았지만 사진 촬영이 이뤄질지는 몰랐다고 설명했다.
에스퍼 장관은 그러면서 워싱턴DC의 시위현장에 의무수송용 헬기가 저공비행해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필요하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군대 동원을 가능하게 하는) 폭동진압법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의 발언을 무시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매커내니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에스퍼 장관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는 즉답하지 않고 “현재까지 에스퍼 장관은 여전히 장관”일이라고 짧게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보수성향 인터넷 매체인 뉴스맥스와의 인터뷰에서 군대 동원과 관련해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30만명이 넘는 매우 강력한 주 방위군이 있다”면서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