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맨’ 美국방 공개항명 “군동원 지지 안해”…언짢은 트럼프

입력 2020-06-04 10:17
미국의 주 방위군이 지난 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거리에서 순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예스맨’으로 불리던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군을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항명에 가까운 발언을 하며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미 언론에서는 당장 에스퍼 장관의 경질 가능성이 보도되기 시작했다.

에스퍼 장관은 3일(현지시간) TV생중계 브리핑을 자청해 ”법 집행에 병력을 동원하는 선택지는 마지막 수단으로만, 가장 시급하고 심각한 상황에서만 사용돼야 한다“며 “우리는 지금 그런 상황에 있지 않다. 나는 (군 동원을 위한) 폭동진압법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시위 확산을 초래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대해 “끔찍한 범죄다. 인종주의는 미국에 실재하고 우리는 이를 인정하고 대응하고 뿌리뽑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위현장을 ‘전장(戰場)’으로 표현한 것과 관련해서도 “다른 표현을 썼어야 했다”고 철회 의사를 밝혔다. 워싱턴DC의 시위현장에 헬기가 저공비행해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교회 방문 이벤트’와 관련해서는 사진촬영이 이뤄지는지는 몰랐다고도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평화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백악관 앞 교회를 방문, 에스퍼 장관 등 핵심 참모들과 카메라 앞에 섰다가 비난을 샀다.

에스퍼 장관은 더불어 “나는 국방부가 정치에서 떨어지도록 매우 노력하고 있는데 대선에 다가가고 있어 최근 매우 힘든 일”이라고 토로했다.

에스퍼 장관의 이같은 공개 항명 발언과 관련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언짢은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CNN에 따르면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에스퍼 장관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즉답하지 않은 채 “현재까지 에스퍼 장관은 여전히 장관”이라고만 답했다. 언제든 교체가 가능하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으로 미 언론에서는 경질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한편 에스퍼 장관은 당초 미 각지에서 워싱턴DC 인근에 집결한 병력 중 200명을 노스캐롤라이나로 복귀시키라고 지시했으나 이날 백악관 회의에 다녀온 후 이를 번복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백인 경찰의 무릎에 짓눌려 흑인 남성 사망 사건으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9일째 전역에서 격렬하게 이어지고 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