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인 점포들을 향한 약탈 행위가 다소 진정됐으나, 미국 전역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와 더불어 심야 약탈행위가 이어지고 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은 건 뷰티서플라이(미용용품) 업종이다. 3일(현지시간) 현재까지 필라델피아 뷰티서플라이 업체 30여곳이 약탈 피해를 봤다. 지난 주말 집중적인 약탈이 이뤄졌고, 이번 주 주중에 들어서면서 산발적으로 추가피해가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펜실베이니아주 주방위군이 배치되면서 전반적으로 시위 행태가 진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상규 펜실베이니아 뷰티서플라이 협회장은 “한차례 광풍이 지나갔고 이미 다 털어갔다고 볼 수도 있지만 아직은 불안하고 안심하기 이르다”며 “이번 주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뷰티서플라이는 흑인 여성의 필수품인 가발과 미용용품 등을 파는 곳으로, 필라델피아 한인 커뮤니티의 대표적 업종이다. 피해액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어림잡아도 최소 2000만 달러(240억원대)로 추정된다. 업체별로 가입한 보험으로 일부 보상받을 순 있겠지만 상당 부분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석달가량 영업을 중단했다가, 이달 영업재개를 위해 물품들을 대거 구입해둔 상황이라 피해가 더욱 큰 것으로 전해졌다.
뷰티서플라이 업종 이외의 한인 점포에서도 추가 피해 사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샤론 황 필라델피아 한인회장은 “약탈이 실제로 진정된 것인지 아닌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일단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니 계속 불안한 상황”이라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현재 한인 점포들은 두꺼운 나무판자로 상점 외벽을 둘러싸고 추가적인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지역 한인사회 차원에서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피해 보상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