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일본 전범기업에 국내 자산 강제매각을 위한 공시송달을 결정했다.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 절차와 관련해 공시송달 결정이 내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 주식회사에 대해 채권압류명령결정정본, 국내 송달장소 영수인 신고명령 등을 법원에서 보관하고 있으니 이를 수령해가라는 공시송달 결정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공시송달은 상대방에게 서류가 전해지지 않을 경우 법원의 직권 등으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서류가 상대방에게 전달된 걸로 간주하는 것이다.
법원의 공시송달은 8월4일 0시를 기해 송달의 효력이 발생한 것으로 간주한다. 기존에 압류돼 있는 일본제철의 국내 자산(주식)에 대해 법원이 현금화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일본 전범기업들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피해자 ‘승소’로 확정한 이후 배상 관련 소송서류 수령을 거부했다.
앞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씨 등은 2018년 대법원의 승소 확정판결에 근거해 PNR의 주식 19만4794주(액면가 5000원 기준 9억7397만원) 등 전범기업들의 국내 자산을 압류해 현금화해달라는 신청을 포항지원에 냈다. PNR은 2008년 1월 일본제철이 포스코와 제휴해 설립한 제철 부산물 재활용 기업이다.
법원은 일본제철에 압류 관련 서류를 비롯해 매각명령 신청과 관련해 의견이 있으면 60일 이내 서면으로 의견서를 제출하라는 내용의 심문서를 보냈다. 하지만 해당 심문서는 지난해 7월 일본에서 반송됐고, 대법원이 서류를 재송달했지만 이후 송달 여부가 불투명했다.
그동안 법원은 절차적 하자를 없애기 위해 일본 기업들에 서류가 송달되길 기다렸다. 하지만 법원은 피해자 대부분이 고령인 점을 고려해 공시송달을 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