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기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돈 풀기’에 나서면서 국내 증시가 파죽지세로 상승하고 있다. 3일 코스피지수는 두 달여 만에 2100선을 돌파했다. 특히 ‘동학개미’가 유독 많이 사들인 대표 우량주 삼성전자가 이날 6% 이상 급등하면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9.81포인트(2.87%) 급등한 2147.00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달 26일 2000선을 돌파한 지 불과 5거래일 만이다. 종가 기준 2100선을 넘은 건 지난 2월 25일(2103.61) 이후 처음이다. 이날 코스피 거래대금은 16조8000억원가량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 대비 5.92포인트(0.80%) 소폭 내린 737.66에 마감됐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가 1조3267억원 팔아치우며 7년9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순매도액을 기록했다. 코스피가 급등하자 차익 실현에 적극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1조1574억원, 2094억원을 순매수하며 개인의 매도량을 받아냈다. 코로나19 변동장 이후 ‘동학개미운동’이라고 불릴 정도로 개인의 ‘사자’ 행진이 지속됐던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특히 외국인은 최근 10거래일 중 5거래일 순매수하면서 차츰 국내 증시로 돌아오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의 전방위적 충격에도 코스피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이유는 최근 정부가 전례 없이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했기 때문이다. 이날도 정부는 역대 최대인 35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코스피는 유동성 공급과 경제재개 기대감이 맞물려 2차 상승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실물경제 악화나 기업 실적 감소세보다 증시 낙관론에 기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재확산 등은 계속 주시해야 하는 리스크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그간 주가 상승세가 지지부진했던 국내 대장주 삼성전자가 이날은 급등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누적 순매수액 5조8628억원)이지만 외국인 매도세 등의 영향으로 개미들이 기대하는 것만큼 오르지 못했었다. 코로나19 이후 코스피가 최저점을 기록했던 3월 19일 이후 지난 2일까지 삼성전자 상승률은 19.2%로 코스피 상승률(41.7%)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에 따라 개미들은 최근 들어 삼성전자 매도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2일까지 개인투자자 순매도 1위는 삼성전자(누적 순매도액 5907억7113만원)다. KB금융(1716억3231만원) 현대차(1277억9300만원)가 뒤를 이었다. 기간을 지난달 18일까지 늘리면 삼성전자 순매도액은 7543억5406만원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날 해당 종목들의 주가는 모두 급등했다(삼성전자 6.03%, 현대차 5.85%, KB금융 6.48%). 외국인과 기관이 ‘사자’로 돌아서면서 삼성전자의 지수 상승을 이끈 것이다. 다만 개인 중에는 이날 삼성전자를 6821억원어치 팔아치우며 모처럼 차익실현을 한 경우도 있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