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위대 강경 진압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21초간 말문을 열지 못했다.
2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트뤼도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루탄 사용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동안 침묵을 유지했다.
이날 회견에서 한 기자가 “그동안 총리께서는 미국 대통령의 언행과 관련해 언급하기를 꺼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시위대를 겨냥해 군사적 행동을 언급하고 있다”며 “어제는 사진을 촬영하러 가기 위해 최루탄을 쏴서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트뤼도 총리는 21초가 지난 뒤에야 답변을 내놓았다.
트뤼도 총리는 평소 질문에 답변이 빠른 편이지만 이 질문을 받고서는 당황스러운 듯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회견 영상을 보면 그는 질문이 들어온 직후 정면을 응시한 채 침묵을 지킨다. 이어 입술을 떼며 ‘쩝’하는 소리를 냈다가 다시 굳게 다물고, 작은 소리로 ‘하…’하고 숨을 내쉬기도 한다.
한참을 고심하던 트뤼도 총리는 이어진 답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을 피해갔다. 그는 “우리 모두는 두려움과 실망 속에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함께 협력해야 할 때이고 귀담아들어야 할 때이며 부당함이 뭔지 깨달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AP통신은 트뤼도 총리의 이같은 답변에 ‘현명한’ 대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넬슨 와이즈먼 토론토대 교수는 “트뤼도 총리는 이런 질문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의 대답은 트럼프를 언급하지 않은 채 트럼프를 비판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트뤼도 총리는 지난해 12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0주년 기념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뒷담화하는 듯한 장면을 방송 카메라에 포착당해 입길에 올랐다.
트뤼도 총리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대화하면서 “최고이신 분” “‘그’의 팀원들조차 입이 떡 벌어지는 것을 봤냐”는 등 트럼프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두 얼굴을 가진 위선자”라며 트뤼도 총리를 향해 불쾌함을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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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랑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