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韓 WTO 제소 재개는 한 손으로 때리고 악수하는 격”

입력 2020-06-03 17:15
국민일보 DB

한국 정부가 잠정 중지했던 일본 수출규제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2일 재개하겠다고 밝히자 일본 정부는 “모순이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이 얼마나 강경한 자세를 취할지 주목하고 있다.

3일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일 한국 산업통상자원부가 WTO 제소 절차를 재개한다고 밝힌 것에 “지금까지 수출관리 당국 간 의사소통을 진지하게 쌓아왔다. 극히 유감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작년 7월 발표된 수출관리 운용 재검토는 WTO 협정과 들어맞다”며 일본의 수출규제 정당성을 재차 강조했다. 매체는 일본 당국은 한국이 WTO 제소 절차를 재개한 후에도 한국과 대화를 계속할 의향은 있다고도 전했다. 다만 경제산업성의 한 간부는 “쌓아 올린 것이 무너졌다”고 지적했으며, 외무성 간부도 “왼손으로 때리면서 오른손으로는 악수하자는 이야기다. 모순된다”고 꼬집었다.

지지통신은 “움직이지 않는 일본에 불만 한국 정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이 어디까지 강경한 자세를 보여줄지 일본 측도 지켜볼 생각이다”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WTO 제소 절차 재개 배경에 한국의 불만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지통신은 “(수출) 관리체제의 개선책을 마련하는 한편, 전혀 ‘조치 철폐’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일본에 불만이 격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또한, 수출규제 단행 1년이 되는 올해 7월까지 사태가 진전되지 않으면 한국 내에서 정권 비판이 고조될 우려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부(청와대)를 중심으로 현재 상황을 안 좋아하는 인물이 있는 것 같다”고 넘겨짚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한국이 WTO 제소를 단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보도했다. WTO 분쟁이 계속되면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지속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WTO 분쟁 처리 결과가 2년 이상 걸릴 것이라며, 상급위원회는 인원 확보도 되어 있지 않아 사실상 기능 부전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다시 제소를 진행한다 하더라도 WTO를 통해 결론을 내는 전망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닛케이는 2일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이 기자회견에서 “(한일)정책 대화는 계속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 “일본에 양보를 압박하기 위한 전술로 보는 견해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