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선지급으로 ‘급한불’ 껐지만…험난한 방위비 협상

입력 2020-06-03 18:00
미국이 우리 정부가 제안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 선지급에 동의했지만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은 여전히 교착 상태다. 오히려 미국 측은 “임금 지급에 동의했으나 협상에서 유연함을 보이라”며 압박하고 있다.

1일 오후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 정문 앞에서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조 조합원들이 무급휴직 상태 정상화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부는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 결렬로 주한미군 전체 한국인 근로자 8천600여 명의 절반가량인 4천여 명이 이날부터 무급휴직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20.4.1 stop@yna.co.kr/2020-04-01 13:31:01/

미국 국방부는 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올해 말까지 한국인 근로자 전원의 인건비를 부담하겠다는 한국 제안을 수용했다”며 “연말까지 2억 달러(약 2430억원) 이상이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SMA 타결이 지연되자 근로자 인건비에 대해서는 잠정적으로 책정된 분담금 예산에서 선지급하자고 지난 2월부터 미국 측에 요청해왔다. 당시 미국은 이를 거부했고 전체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4000여명이 지난 4월부터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미국이 입장을 바꾼 것은 주한미군의 상황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조 관계자는 3일 “주한미군은 근로자가 절반으로 줄어 군사 활동을 거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주둔의 목적을 상실한 상태여서 주한미군이 근로자들의 인건비 지급을 정부에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동료(한국인 근로자)의 업무 복귀를 위해 고군분투했고 성과를 거뒀다. 복귀를 환영한다”고 전했다. 무급휴직 근로자들은 오는 15일쯤 업무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미국 결정을 환영한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협상 합의에 도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인건비가 지급돼 협상이 오히려 장기화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급한 불’을 껐으니 오히려 절박함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는 이날도 “한국이 가능한 한 빨리 공정한 합의에 이를 것을 강력 권고한다. 미국은 상당한 유연성을 보여 왔고 한국도 똑같이 해주길 요청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협상은 교착 상태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대비 13% 인상한 금액이 수용할 수 있는 최대치라는 입장이다. 미국은 50%가 인상된 13억 달러(한화 약 1조5814억원)를 요구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협상은 한·미 정상 간 결단만 남은 상태”라며 “우리 정부가 미국 입장을 온전히 들어주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