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비극… 美경찰 흑인 대상 ‘목 누르기’ 만연

입력 2020-06-03 16:51 수정 2020-06-03 17:02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당시 현장 모습. AFP 연합뉴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목 누르기’ 체포로 숨진 데 대한 분노가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가는 가운데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동일한 체포 방식이 만연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플로이드의 죽음은 우발적 사고가 아닌 예고된 일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CNN방송이 미니애폴리스 경찰의 무력사용 기록을 분석한 결과 경찰관이 체포 과정에서 목 누르기를 써 제압한 용의자의 수는 2012년 이후 428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약 14%에 해당하는 58명이 목 누르기 과정에서 의식을 잃었다. CNN은 “미 전역의 많은 경찰서에서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는 이 체포 방식이 미니애폴리스에서는 지난 10여년간 일주일에 평균 한 번 꼴로 사용됐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NBC방송도 전날 미니애폴리스 경찰 내부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해당 지역 경찰관들의 목 누르기 제압으로 44명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경찰 전문가들은 NBC에 미니애폴리스 경찰의 목 누르기 체포가 비정상적으로 잦다며 구조적인 가혹행위 관행이 만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건 이후 ‘목 누르기 체포는 해당 경찰관의 일탈 행위였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미니애폴리스 경찰 당국의 해명이 무색해진 셈이다. 미니애폴리스 경찰 매뉴얼에도 ‘매우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거는 용의자의 경우 다른 통제 방법이 효과가 없을 경우 목 누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 누르기 체포가 인종차별적으로 행해졌을 가능성도 높다. CNN 분석 결과에 따르면 미니애폴리스 경찰의 목 누르기 체포 용의자 428명 중 흑인은 280명으로 65%를 차지했다. 백인은 104명(24%), 원주민과 기타인종·혼혈은 각각 13명(3%), 아시안은 4명(1%)이었다. 목 누르기로 의식을 잃은 이들 중에서도 33명(56%)이 흑인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CNN은 미니애폴리스 전체 인구에서 흑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19%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지역에서 목 누르기 체포가 흑인을 겨냥해 더 빈번히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미 전역의 경찰 폭력 희생자 중 흑인 비율이 백인보다 높다는 통계도 있다. 인권단체 매핑폴리스바이얼런스에 따르면 지난 2013년~2019년 미국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은 7666명 중 흑인 비율은 24%로 백인의 2.5배에 달했다.

미네소타주 주지사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니애폴리스 경찰이 유색인종 시민을 상대로 어떤 구조적인 차별 행위를 저질러왔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