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찰청’ 이름 바꾼 김정은…친근한 이미지 반영했다

입력 2020-06-03 16:17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달 24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우리의 경찰청에 해당하는 인민보안성의 명칭을 사회안전성으로 바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주재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인민보안성 등 안전기관의 지휘체계를 임무에 맞게 개편할 것을 당부했다. 김 위원장 집권 이후 변화된 사회·경제 상황에 따라 치안 방식에 변화를 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인민보안성이 사회안전성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복귀된 것을 북한 매체를 통해 봤다”고 밝혔다. 북한 대외 선전 매체 류경은 지난 2일 ‘평양종합병원건설장으로 달려오는 마음’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건설장에 지원된 자재·물자를 거론하며 “사회안전성에서 지원 사업을 통이 크게 진행했다”고 짧게 전했다. 우리 정부는 사회안전상의 새 수장과 변화된 역할 등을 분석하고 있다.

조선중앙TV는 지난달 24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현장 사진을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손가락을 들어 간부들이 앉아있는 쪽을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안전성으로 명칭이 바뀐 인민보안성은 우리의 경찰청에 해당하는 국가기구로, 국가보위성(국정원 격)·인민무력성(국방부 격)과 함께 3대 체제보위기구에 속한다. 치안질서 유지에서부터 국가 주요 시설물 건설, 주민 사상동향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한다. 북한은 1951년 3월부터 1972년 12월 사회주의헌법 개정 전까지 사회안전성이라는 이름을 사용했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사회·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이번 명칭 변경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수십 년간 직장 등 조직 단위로 주민을 통제했는데, 경제난 등으로 부업을 하는 주민들이 증가하며 더 이상 이런 방식이 통하지 않게 됐다”며 “주민들의 경제 활동을 인정해 주는 대신 당이 정한 수준을 넘는 행위만 통제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시장 활성화에 따라 출근 도장만 찍고 장마당에 나가 장사를 하는 주민들이 증가하면서 더는 기존의 치안 방식으로는 주민 통제가 어렵다고 판단해 치안 방식에 변화를 줬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말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안전기관의 사명과 임무에 맞게 군사지휘체계를 개편하라고 지시했다.

인민 친화적인 지도자상을 보여주려는 김 위원장의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인민보안에서 사회안전으로 명칭이 바뀌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최고지도자가 사회안전을 챙기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고지도자가 주민들에게 머리 숙여 인사하는 모습이 2018년 9월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되는 등 김 위원장은 집권 후 ‘인민친화적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주민들에게 보여주는 데 힘을 쓰고 있다. 특히 북한은 최근 들어 ‘인민 제일주의’를 강조하며 주민 챙기기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북·미 비핵화 협상 결렬에 올 초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경제난이 가중될 것으로 보고 혹시 모를 상황을 고려해 인민보안성의 쇄신에 나섰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홍민 실장은 “올 초 당 전원회의에서 천명한 ‘자력갱생’ 실현에 따라 발생 가능한 주민 동요 등에 대해 조금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