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을 촉구한 국내 각 대학교수 등이 민주화의 도시 광주에 모여 ‘사회대개혁 지식네트워크’(이하 지식네트워크) 출범식을 연다.
가칭 지식네트워크는 오는 5일 오후4시 광주 상무지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출범식을 개최한다고 3일 밝혔다. 이 모임에는 현재 전국의 교수, 연구자 11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개혁적 교수·연구자 모임을 표방하는 지식네트워크는 지난해 검찰개혁 시국선언 발표가 모태다.
조국 전 장관 사퇴 등을 둘러싸고 7000여 명의 교수·연구자들이 성명을 통해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통과, 실행 등 검찰 개혁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토대로 조직결성에 나선 이들은 지식네트워크 출범을 통해 “사회대개혁은 인권과 정의, 자유와 평화가 넘실대는 위대한 민주공화국을 실현하라는 시민의 준엄한 요구”라는 시대적 공감대를 넓혀가기로 했다.
이들은 사법·언론·정치·교육·분배·노동분야의 개혁을 구체적 활동목표로 제시했다.
지식네트워크와 광주 5월 단체인 5·18구속부상자회가 공동주최하는 출범식은 5·18평화연구원이 주관, 광주광역시가 후원한다. 1부 창립총회, 2부 사회대개혁 토크쇼로 꾸며진다.
대표 발기인은 우희종(서울대) 교수와 김호범(부산대), 은우근(광주대), 김동규(동명대) 교수 등이다. 토크쇼에는 대표 발기인 교수들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이종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혁과 남북평화·교류 활성화의 방향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친다.
김호범 부산대 교수는 “검찰개혁 시국선언만으로 사회대개혁 등을 달성할 수 없다”며 “지난해 부마민주항쟁 40주년에 이어 올해가 5·18 40주년인 만큼 부마와 광주 정신을 토대로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국선언 이후 오랫동안 준비해왔다”며 “앞으로 검찰은 물론 사법부와 정치권, 사학, 언론 교육 등의 개혁대안을 제시하려 한다"고 말했다.
<사회대개혁 지식네트워크 창립 선언문>
1. 21대 총선이 끝났다.
대한민국 의회 민주주의의 새로운 틀이 구축되었다. 극우 냉전 세력에 일대 타격을 가한 이번의 승리는, 우리 사회의 근원적 개혁 추진에 대한 국민의 명령이다. 문제는 이 같은 변화가 의회 정치의 지형 변동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는 점이다. 시민사회의 강력한 참여를 통해 실체적 내용을 채워야 한다. 그 핵심 역할을 수행할 주체 가운데 하나가 우리 지식인이다.
지난해 단 10여 일 만에 약 7천 명의 국내외 교수 연구자들이 <검찰개혁 촉구 시국선언>을 통해 하나가 되었다. 온 천지에 검찰이 휘두르는 칼날만 번뜩이는 시기에 권력의 벽을 향해 쏘아 올린 최초의 봉홧불이었다. 가짜 언론과 결탁한 착종적 선동의 기세를 꺾고 상황의 물줄기를 돌려놓은 돌파구였다.
이제 총선을 통해 개혁진영이 입법부의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우리가 촉구했던 검찰개혁은 제도권에 실제적 절차를 위임할 단계에 접어들었다. 7월부터 공수처 설립과 검경수사권 조정이 구체화할 것이다. 인적, 제도적, 관행적 차원의 검찰개혁이 속도를 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발걸음은 여기에서 멈추어야 하는가?
2. 그렇지 않다.
검찰개혁은 일제 식민과 해방을 거쳐 1세기 이상 구축된 대한민국 극우 과두체제의 전략적 고리(link)를 끊어내는 출발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이었을 뿐이다. 아직까지 이 나라 정치, 경제, 사회의 기득권 동맹은 여전히 굳건하다.
이에 따라 시국선언으로 하나의 대오를 이룬 우리 교수연구자 일동은 새로운 들판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지식인으로서 치열한 자기성찰과 공동체의 근본적 변화에 대한 열망을 기초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영역에 걸친 한국 사회의 총체적 개혁을 추진하는 새로운 네트워크를 결성하고자 한다.
지난 연말부터 4월에 걸쳐 서울 및 수도권, 전라, 경상, 충청, 강원, 제주 등 각 지역의 교수연구자들이 뜻을 모았다. 그 결과 기존 오프라인 운동의 한계를 넘어,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유연하고 수평적이며 보다 강력한 온라인 조직을 만들기로 결의했다.
"검찰개혁을 넘어 사회대개혁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깃발을 올리는 이 새로운 모임의 이름은 <사회대개혁 지식네트워크>이다.
3. 이에 우리가 추구하고 성취해야 할 목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사법개혁이다. 공수처 설치 및 검경수사권 조정을 필두로 하는 검찰개혁은 사법개혁의 출발점일 뿐이다. 사법농단 사건을 통해 백일하에 드러난 법원의 구조적 문제를 혁파하는 인권과 민생 중심의 법원개혁 역시 초미의 과제이다.
둘째는 언론개혁이다. 한국 사회 기득권 동맹과 그 첨병으로서 수구언론의 유착은 단순한 사회문제를 넘어 구조적 암종(癌腫)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대한 강력한 반격이 개시되어야 한다.
셋째는 정치개혁이다. 우선적으로 현재의 왜곡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선거제가 시급히 개정되어야 한다. 나아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권력구조 개편과 국민소환제 도입 등 시스템의 본질을 바꾸는 시민사회의 직접적이고도 강력한 개입이 실행되어야 한다.
넷째는 교육개혁이다. 특히 사학(私學) 문제는 교육의 사유화와 기득권 네트워크의 결합을 통해 각 지역의 탐욕적 부패구조를 온존시키는 근원이 되고 있다. 이 문제의 해결 없이 우리나라 교육의 공공성 확보는 공허한 외침이 될 뿐이다.
마지막으로 분배개혁과 노동개혁이다. 조만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미증유의 경제충격이 공동체를 덮칠 것이다. 과감한 세제개편을 통한 신(新) 패러다임이 추진되어야 할 시점이다. 적극적 소득 재분배를 도구로 대량실업, 빈곤, 사회적 몰락의 공포에서 노동 및 중간계급을 보호해야 한다. 이 과업이 실패한다면 향후 이 나라의 불평등과 양극화는 회복불능으로 치달을 것이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과 가을에 걸쳐 교수연구자들이 외쳤던 검찰개혁은 이상의 사회 대개혁을 위한 하나의 마중물이었다. 적폐기득권 구조의 완전한 청산을 목표하는 출발점이었다. 그리하여 우리가 목이 쉬도록 외친 함성은 헛되지 않았다. 뿌리로부터의 변혁을 꿈꾸는 실천 무대가 지금 우리 앞에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사회 대개혁은 교수연구자들만의 염원이 아니다. 마침내 인권과 정의, 자유와 평화가 넘실대는 위대한 민주공화국을 실현하라는 시민의 준엄한 요구다. 함께 손에 손을 잡고, 어깨에 어깨를 붙안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자!
-사회대개혁 지식네트워크 창립 발기인 일동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