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려요” “쉬고싶어”… 15시간 미적댄 서울역 폭행범

입력 2020-06-03 14:58
TV조선 보도화면 캡처, 피해자 SNS 캡처

서울역 역사 안에서 30대 여성이 신원미상 남성에게 폭행당한 이른바 ‘서울역 묻지마 폭행’ 사건 용의자에 대한 경찰 수사가 검거 이튿날이 돼서야 시작됐다.

경찰과 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용의자 이모(32)씨에 대한 조사를 3일 오전 10시쯤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씨는 전날 오후 7시15분쯤 서울 동작구 상도동 자택에서 붙잡혔다. 그러나 “졸리다” “쉬고싶다”는 말만 반복한 탓에 즉시 조사하지 못했고 결국 검거 15시간여 만에 실질적인 조사 과정에 들어갔다.

앞서 이씨는 체포 후 유치장으로 향하는 동안 취재진에게 “(피해 여성에게) 욕설을 들어서 그랬다” “계획하지는 않았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경찰 측도 계획범죄의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으나 정확한 범행 동기를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피해 여성 A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계획범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사건 발생 장소인 서울역은 보통 열차를 타거나 상점을 이용하기 위해 방문하는데, 이씨는 관련 내역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이씨가) 가장을 들고 있지도 않았으며 의도적으로 다가와 어깨를 부딪친 것, 하필이면 CCTV 사각지대가 있는 곳에서 범행했다는 것 등이 의도적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26일 오후 1시50분쯤 서울역 공항철도 내 한 아이스크림 전문점 앞에서 발생했다.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당한 A씨는 눈가가 찢어지고 광대뼈 한쪽이 골절되는 등의 부상을 입었다. 사건 직후 A씨가 SNS를 통해 모든 상황을 설명하면서 논란이 거세졌다.

또 이씨가 A씨를 폭행하기 전에도 서울역 광장 앞 도로에서 행인들을 밀치는 등 위협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 CCTV 영상 확인 결과 드러나 추가 피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철도경찰 측은 “다른 신고가 접수된 것은 없으나 추가 여죄 여부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