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채와 주먹 등으로 아내를 때려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는 유승현 전 김포시의회 의장이 항소심에서 대폭 감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골프채 ‘헤드’로 가격 한 게 아니라 손잡이 부분으로 하체를 때린 것으로 보인다는 등의 이유로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3일 유 전 의장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7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면서도 “상해의 고의를 넘어 미필적으로나마 피해자를 살해할 범의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눈물을 흘리며 선고 주문 낭독을 듣던 유 전 의장은 재판이 끝난 뒤 다리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유 전 의장은 지난해 5월 경기도 김포의 자택에서 아내 A씨와 다투다가 온몸을 골프채와 주먹으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만취한 아내가 깨진 소주병으로 자해하겠다며 위협하자 이를 저지하려다 몸싸움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당시 혈중알콜농도 0.167%로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유 전 의장의 설명이 어느 정도 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현장 쓰레기통에 깨진 소주병이 발견됐고, 피해자가 아닌 피고인 양손이 날카로운 물체에 베인 상처가 있다”며 “A씨는 평소 다툼이 있거나 술을 마시면 충동적으로 자살을 암시하거나 과거 수면제를 과다 복용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종합하면 피고인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특히 재판부는 유 전 의장이 골프채에서 골프공을 타격하는 ‘헤드’ 부분으로 A씨를 때려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의혹은 사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는 현장에서 헤드 부분이 부러진 골프채가 발견되면서 불거진 의혹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 부검 결과 골프채 헤드로 맞아 골절되거나 함몰된 흔적은 없다”며 “다만 하체 부위에 막대기로 맞았을 때 생기는 출혈자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골프채 헤드에 묻은 혈흔이 유 전 의장 것이었던 점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유 전 의장이 피가 나고 있던 손으로 헤드를 잡고 골프채 막대기 부분을 회초리처럼 이용해 A씨 하체를 때린 것으로 판단된다”며 “골프채가 살인 도구가 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유 전 의장이 A씨 신체 이상을 발견하고 곧바로 119에 신고하는 등 구호를 위해 노력했고, 가족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은 양형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가정폭력은 어떤 이유에서도 용인할 수 없고 배우자를 사망에 이르게 해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징역 7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