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정류장서 넘어진 승객 못보고 쳐 사망… 버스기사 벌금형

입력 2020-06-03 11:08
기사와 무관한 장소. 게티이미지뱅크

급히 버스를 타려다 넘어진 승객을 보지 못하고 출발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버스기사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강혁성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38)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시내버스를 몰던 A씨는 2018년 3월 서울 강남구 인근 도로 버스 정류장에 정차했다가 다시 출발하는 과정에서 버스를 타기 위해 접근하다 넘어진 B씨(77)를 치고 지나가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B씨는 정류장 부분의 계단을 내려오다가 갑자기 버스 쪽으로 쓰러졌고, 이후 A씨의 버스 우측 뒷바퀴가 B씨의 하반신을 밟고 지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이 사건 관련 주의의무 위반이 없다”며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돼도 불가항력에 의한 사고”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재판부는 “A씨는 이 사건 장소를 운행하는 노선버스 운전사이므로 버스 정류장 부근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버스에 타려고 하는 승객들에 더 주의하면서 운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B씨가 버스를 타기 위해 가까이 왔음에도 A씨는 버스를 출발하기 전 주변에 보행자나 승차 승객이 있는지 살피지 않은 채 그대로 출발했다”며 “그로 인해 B씨가 버스 쪽으로 쓰러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는 시야가 뚜렷하게 확보되는 오후 3시경으로 A씨가 전방 좌우 주시를 조금 더 세심하게 했다면 B씨를 보고 제동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A씨는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B씨가 급작스럽게 쓰러지면서 이 사건이 발생한 측면도 있다”며 “유족과 합의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