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로나 탓에 극장 용 무급휴직, 예술의전당 임금체불 위기

입력 2020-06-03 06:00 수정 2020-06-03 21:09
극장 '용' 내부 전경. 국립박물관문화재단 홈페이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부 공공극장이 심각한 재정적 위기를 맞았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높던 극장 용은 직원들의 무급휴직을 실시했고 예술의전당은 반환해야할 대관료로 직원 임금을 겨우 지급했다.

극장 용은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 안에 설립된 공연장으로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운영한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위탁을 받아 극장 용의 운영을 비롯해 박물관 내 식당 운영, 문화상품 제작 및 판매, 기획전시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연간 20~30억원 규모로 지원받는 국고와 100억원대의 위탁수입으로 운영돼 왔다. 재정 자립도가 80~85% 사이로 공공극장 가운데서는 거의 최상이다. 국고만 볼 때 2019년 22억원 가운데 극장 용 지원금은 10억원, 2020년은 국고 28억원 가운데 극장 용 지원금은 16억원이었다.

하지만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직원들의 무급휴직을 시행했다. 코로나19로 국립중앙박물관이 문을 닫으면서 극장, 식당, 문화상품점 등 역시 폐쇄돼 수입이 급감, 직원들에게 급여를 주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3월 9일부터 4월 26일 사이에 전 임직원 단축근무를 시행하고 희망자에 한해 무급휴직을 실시하였으며 3일간 임시휴업을 가지기도 했다.

경영난에 시달린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현재 상황을 전달하고 지원 요청을 한 상태다. 재단 관계자는 “최근 물류센터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이후 다시 2주간 박물관 문을 닫게 되면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면서 “재단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기재부, 문체부, 국립중앙박물관과 함께 지원 문제를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이 콘서트홀에 앉아 있다. 예술의전당 제공

예술의전당도 상황은 좋지 않다. 최근 유인택 사장은 페이스북에 예술의전당 예술기부 캠페인 경과보고를 올리면서 기존의 부채 200억원에 더해 올해 코로나19 탓에 70억원 정도의 손실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썼다. 이어 지난달 25일부터 시작한 기부 캠페인을 통해 5일간 2113만원을 모았으며, 정부의 수도권 내 다중이용시설 운영 중단이 끝나는 14일 이후 만드는 무대에서 예술가 및 스태프의 사례비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유 사장이 페이스북에 직접 밝히진 않았지만 예술의전당은 최근 현금 유동성이 좋지 않아서 직원 급여를 주지 못할 뻔 했다. 예술의전당의 운영 경상비는 매달 4~5억원 필요하지만 공연장이 문을 닫으면서 대관 수입을 비롯해 주차장과 아카데미 수입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예술의전당은 직원 급여를 마련하기 위해 국립오페라단, 서울예술단 등 국공립 예술단체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올 상반기 코로나19에 따른 공연 취소로 돌려줬어야 할 대관료를 하반기나 내년 공연 대관료 잔금으로 대체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국립 예술단체 관계자들은 “국립 예술단체들의 전체 예산을 보면 국고가 자체 충당금의 3~4배 정도라면 예술의전당은 그 반대”라면서 “코로나19 같은 미증유의 상황에서 예술의전당이 타격을 훨씬 많이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1988년 문을 연 예술의전당은 한국을 대표하는 공공극장으로 꼽힌다. 하지만 개관 당시부터 국고 지원이 연간 예산의 20~25%에 불과하다. 최근 연간 예산은 400~500억원 사이며, 국고 보조금은 120억원 안팎이다. 지난해의 경우 연간 예산이 440억원이었는데, 320억원을 자체 충당금으로 채워 재정자립도가 75%에 이른다. 예술의전당과 흔히 비교되는 해외 오페라하우스의 경우 국고가 70~80%를 차지한다. 매년 재정자립도를 높이도록 정부의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예술의전당이 공공성을 잃었다는 민간의 비판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한편 유 사장이 언급한 부채 200억원에 대해 최근 공연계 일각에서 논란이 일자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공연장과 미술관 등의 리노베이션 비용에 식당 및 커피숍 등의 임대보증금을 포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일각에서 부채에 대해 뭔가 불법적인 부분이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데, 예술의전당은 상급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이사회에 관련 보고를 해왔다”고 덧붙였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