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중국 코로나19 대응 칭찬했던 WHO, 내부서 불만”

입력 2020-06-03 00:10
왼쪽부터 마이클 라이언,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AP연합뉴스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칭찬했던 세계보건기구(WHO)가, 정작 내부에서는 정보 공유 지연에 좌절했다고 AP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통신이 WHO 내부 문서, 이메일, 인터뷰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WHO 관계자들은 중국의 정보 제공 방식에 불만을 표했다. 코로나19의 위험을 평가하는 데 필요한 세부 사항 제공에 시간을 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WHO 관계자들은 여러 정부 연구소에서 코로나19의 유전자 지도를 완전히 해독했는데도 중국 당국이 이를 일주일 넘게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 측이 백신 개발에 중요한 세부 정보도 공유하지 않았다고 했다.

중국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의 스정리 연구팀은 지난 1월 2일 코로나19 유전자 지도를 해독했다. 사흘 뒤인 5일에는 두 개의 다른 정부 연구소에서 코로나19 염기 서열을 분석했고, 상하이의 장용전 연구팀도 이날 해독을 완료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각 연구소가 이를 허가 없이 공개하는 것을 금지했다. AP통신은 “(중국 측이) 1월 12일이 돼서야 중국의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이를 공개했다”고 전했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이제 방침을 바꿔 중국 측에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할 때”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WHO 내부 회의에서 “우리의 좋은 의도에도 무언가 발생한다면 WHO가 많은 손가락질을 받을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고 한다.

고든 갈레아 WHO의 중국 담당자도 한 회의에서 “그들은 우리에게 중국중앙방송(CCTV)에 (관련 정보가) 나오기 15분 전에야 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WHO는 코로나19 발병 초기인 1월 내내 중국의 대응을 칭찬하고, 중국이 유전자 지도를 즉시 공유했다며 감사를 표한 바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도 “우리는 중국에 우리의 존경과 감사를 표시했어야 했다”고 말했었다. AP통신은 이와 관련, WHO가 코로나19 사태에서 ‘정보 깜깜이’ 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