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中 없으면 무의미”…트럼프의 G7 초청 거부

입력 2020-06-02 22:20 수정 2020-06-02 22:50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 관저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화상 회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요청을 받은 러시아가 “중국의 참여 없는 모임은 의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G7 확대·재편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미국의 ‘반중 전선’으로 해석되는 움직임에는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우리는 현재의 G7이 아주 낡은 모임이고 세계정세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하며 그러한 입장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이어 “러시아의 기본 입장은 국제 정치·경제 문제를 배타적 서방 국가들의 모임 내에서 해결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중국의 참여 없이는 전 지구적 의미가 있는 중요한 구상들을 이행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효율적이고 스스로를 잘 입증한 주요 20개국(G20) 협의체가 있다”고 덧붙였다.

G7을 비롯해 신흥경제 5개국인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가 모두 포함된 G20이 국제 이슈를 다룰 협의체로서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올해 G7 정상회의 의장인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러시아 인도 호주 등 4개국을 추가로 초청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이런 입장을 직접 설명했다. 크렘린궁은 양국 정상의 통화 사실을 공개하면서 G7 정상회의를 확대 개최하는 문제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 외무부의 입장 발표가 올해 G7 정상회의 참석을 아예 거부한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G7 정상회의는 이달 하순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상황 등을 감안해 9월 유엔총회 전후, 또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로 연기됐다.

‘선진국 클럽’으로도 불리는 G7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이 포함된다. 한때 러시아도 들어가 G8로 운영됐지만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가 이어지면서 다시 G7이 됐다. 영국과 캐나다는 러시아를 G7에 포함하는 데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