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원 구성을 놓고 여야가 강 대 강으로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3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만난다. 여야 두 원로의 회동으로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는 원 구성 협상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2016년 총선 당시 민주당 공천권을 쥐었던 김 위원장이 이 대표를 낙천시킨 후 4년 만에 성사되는 만남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 이 대표를 예방한다. 지난 1일 비대위 체제를 출범한 김 위원장의 취임인사 차원이다. 김 위원장 측에서 먼저 이 대표에 예방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최대 쟁점인 원 구성 문제가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국회의장단 선출을 위한 본회의 개의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전날 민주당은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하며 5일 본회의 개의를 밀어붙였다. 이에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히틀러의 나치정권도 법치주의를 외치면서 독재했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이 대표도 강경한 입장이어서 둘의 입장차만 확인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는 21대 국회 개원 이틀차인 1일 “개원이 협상 대상이 되면 많은 국민으로부터 지탄과 실망의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며 원 구성 문제에 단호한 입장을 재확인 했다.
법제사법위원장과 예결위원장 배분 문제도 논의될 수 있다. 민주당은 과반 의석을 훌쩍 넘긴만큼 법사위원장 자리는 반드시 가져오겠다는 각오다. 통합당은 제1야당이 맡아오던 관례에 따라야한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정부가 4일 국회에 제출하는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안을 놓고도 의견을 나눌 수도 있다.
하지만 원내대표 협상이 진행 중인만큼 통상적인 상견례로 끝날 가능성도 높다. 둘의 ‘악연’ 때문에 허심탄회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오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20대 총선 당시이 대표는 김 위원장의 낙천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세종에 출마해 당선됐다. 둘의 악연은 이보다 훨씬 전인 32년 전부터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1988년 13대 총선에서 서울 관악을에 출마해 3선에 도전했지만 이 대표에게 석패한 바 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