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레슬러 1세대이자 ‘당수귀신’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천규덕씨가 2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8세다. 천씨 자녀인 배우 천호진의 소속사 제이와이드 관계자는 “천호진이 가족과 함께 아버지 빈소를 지키고 있다”고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천씨는 ‘박치기왕’ 김일과 ‘비호’ 장영철 등과 같은 1960~70년대에 활약한 유명 프로레슬러였다. ‘당수치기의 달인’으로 불렸던 그는 당대 최고의 일본 교포 프로레슬러 역도산처럼 몸에 달라붙는 검은 옷을 입고 기합과 함께 당수를 필살기로 썼다. 태권도 발차기인 2단 돌려차기도 그가 애용하는 기술이었다.
프로레슬러 경력 이전에도 이미 태권도 사범이었던 천씨는 군인 신분이던 1960년 프로레슬링에 입문했다. 친구이자 레슬링 사범이던 장영철의 도움을 통해서였다. 부산에서 열었던 레슬링 대회가 인기를 얻자 입문 3년만에 서울에서 정식으로 프로레슬링 무대에 데뷔했다. 같은 해 한국프로레슬링 주니어 헤비급 챔피언에 등극했고 이후 전성기를 이어갔다.
천씨는 72년에는 프로레슬링의 본고장 미국 무대에 데뷔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75년에는 한국프로레슬링 헤비급 챔피언을 지낸 뒤 80년 은퇴했다. 이후 제약회사 직원으로 취직하기도 했던 그는 프로레슬링동호회 고문 역할을 하며 후배 양성에 나서기도 했다.
천씨는 1949년 육군항공대에 입대해 한국전쟁 발발과 함께 참전한 이력도 있다. 최근에는 지병을 앓으면서 요양병원에서 지내왔다. 자녀로는 큰아들 천호진씨와 둘째 천수진씨가 있다. 빈소는 인천 나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4일 치러진다. 무공훈장 수훈자인 천씨의 장지는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국립서울현충원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