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런닝맨’에서 보던 얼굴이 아니다. 서늘하고 섬뜩하다. 4일 개봉하는 영화 ‘침입자’(감독 손원평) 속 배우 송지효 얘기다. 그는 환한 미소 대신 의뭉스러운 행동과 서슬 퍼런 눈초리로 극의 서스펜스를 끌어올린다.
‘침입자’는 실종됐던 여동생 유진(송지효)이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괴이한 일들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유진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오빠 서진(김무열)은 동생의 비밀을 쫓다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송지효는 ‘여고괴담3’ 이후 무려 17년 만의 스릴러로 바로 이 작품을 택했다. 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시나리오를 읽고 너무 탐이 나 무작정 감독님을 만나러 갔다. 이야기가 그냥 탐이 났다”며 “그동안 나의 이미지와는 전혀 반대되는 캐릭터라 더 끌렸던 것 같다. ‘침입자’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내가 어두운 캐릭터 또한 갈망해왔다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극은 허무한 여타 스릴러와 달리 꼬리를 무는 질문을 남기며 103분 동안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한다. 앞서 소설가로 ‘아몬드’ 등 베스트셀러를 쓴 손원평 감독의 탄탄한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송지효의 색다른 얼굴이 미스터리한 분위기에 큰 힘을 보탠다. 그럼에도 그는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춘 배우 김무열에게 공을 돌렸다. 송지효는 “영화를 보면서 김무열씨의 연기가 너무 멋있었다. 인물의 디테일 하나도 섬세하게 계산하고 연기하는 배우라는 점에서 감탄했다”며 “내가 조금 더 열심히 했으면 대립 구도가 조금 더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
디테일 하나하나에 신경을 썼다. 날선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식단관리를 하며 7㎏을 감량하기도 했다. 스케줄이 끝나면 집에 가 10km씩 뛰는 게 일상이었다는 송지효는 “극 초반이 가족에게 사랑 받으면서 일원이 되고 싶은 유진의 모습을 표현했다면, 후반부에는 과감하게 연기 톤의 변화를 주려했다. 립스틱 색깔이나 잔머리 하나 없는 단정한 머리 등 디테일한 부분에도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비중이 크진 않지만, 몸싸움 등 액션신도 사이사이 녹아있다. 김무열이 최근 인터뷰에서 본인의 액션 연기를 칭찬한 것을 두고 송지효는 “무열씨가 거의 액션 배우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리액션이 따라 나왔다”며 “무열씨의 역할이 컸다”고 고마워했다.
그가 10년간 활약했던 SBS 장수 프로그램 ‘런닝맨’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로 40살이 된 그의 30대와 ‘런닝맨’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프로그램은 송지효라는 배우를 국내를 포함한 해외 시청자들에게까지 각인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예능 출연으로 배우 이미지가 가려지는 것에 대한 걱정도 있었을 법한데, 송지효는 “그런 걱정은 없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오히려 긍정적인 일들이 많았다. 많은 분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고,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며 “‘런닝맨’ 이전의 어두운 이미지도 벗을 수 있었다. 달리면서 체력도 좋아졌다”고 웃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개봉을 세차례 연기했던 영화는 신작기근에 시달렸던 극장가에 재시동을 거는 첫 상업영화가 됐다. 조심스레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한 송지효는 “부담감도 있고 겁도 나지만, 안전수칙을 지키면서 어떻게 여가시간을 즐길 수 있는지 알게 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이 영화로 조금이라도 여유를 드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