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준 것 맞다, 진술 번복 시도는 헛소문”이라 했던 한만호씨

입력 2020-06-02 17:43
한명숙 전 총리가 2015년 8월 24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인사를 한 뒤 눈물을 흘리는 모습. 연합뉴스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고 한만호씨가 2010년 진술 번복 조짐을 의심하는 검찰에게 “내가 돈을 준 것이 맞다” “번복 시도 소문은 헛소문”이라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씨가 공판에서 말을 뒤집자 검찰은 풍문의 진원지인 재소자 3명을 조사했다. 3명은 한씨가 진술을 바꾸려 한 경위를 똑같이 설명했다고 한다.

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 수사팀은 2010년 한 전 총리 공판을 앞두고 “한씨가 법정에서 검찰 진술을 뒤집으려 한다”는 소문에 한씨를 상대로 사실 여부를 질문했다. 이때 한씨는 “그런 소문을 믿지 말라” “내가 구치소에 오래 있어 내 이름을 파는 이들이 많다”고 부인했다. 한씨는 “내가 돈을 준 것이 맞다”고도 했다. 당시는 한씨가 법정 증언에 앞서 기억을 되살리고 싶다며 검찰청 출정(出廷)을 청하던 시기였다.

이런 한씨는 2010년 12월 한 전 총리의 2차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나와 “어떠한 정치자금도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 “수억원대의 경선 비용을 미화와 현금 등으로 제공했다”던 검찰 진술을 뒤집은 것이었다. 수사팀으로서는 소문에 이유가 있었음을 뒤늦게 깨닫는 일이기도 했다. 수사팀은 한씨의 수감 동료들에게서 한씨의 번복 조짐이 흘러나왔음을 알고 관련된 3명을 조사했다.

3명은 각각 분리돼 조사를 받았지만 한씨의 번복 경위를 유사하게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경영권을 되찾고 싶어하던 한씨가 검찰의 도움을 바랐지만 거절당하자 “괜히 협조했다”며 불만을 가졌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수사팀은 한씨에게 “민사에 개입할 수 없다”고 대응했다. 3명 중 2명은 증인으로 법정에 나와 “한씨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구치소에서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중 최모씨는 한씨와 말다툼도 벌였다.

한씨는 위증 혐의로 기소돼 2017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이 확정됐다. 하급심은 “관련 재판의 1심 결과(한 전 총리 무죄)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지만 “다행히 항소심, 상고심 등 최종적인 결론(한 전 총리 유죄)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법정에서 한씨와 낯을 붉혔던 최씨는 9년여 뒤인 지난 4월 “검찰의 위증교사가 있었다”는 진정을 제기했다. 그가 말을 바꾼 이유가 주목되는 가운데 수사팀은 “한 전 총리의 유무죄 입증과 무관한 이를 회유, 압박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마약, 무고 등의 범죄전력이 있는 최씨는 최근 보이스피싱 모집책 범행으로도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최씨의 진정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은 진정인 조사를 시작으로 인권침해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