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여당 경고받은 금태섭…“민주당과 검찰이 비슷해졌다”

입력 2020-06-02 18:00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에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이 금태섭 전 의원에 징계(경고)를 내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회의원의 소신 투표에 대해 징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일 뿐 아니라 헌법과 국회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 전 의원은 “이게 과연 정상인가. 우리 정치는 정말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가”라며 일침을 가했다.

금 전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006년 한겨레신문에 검찰을 비판하는 기고문을 실었다가 검찰총장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던 때를 언급하며 “경고를 받는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걱정이 되는 것은 내가 아니다. 예전에 검찰총장의 발언을 들을 때와 같은 생각이 들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14년 만에 소속 정당으로부터 비슷한 일로 경고를 받고 보니 정말 만감이 교차한다”며 “정당이 검찰과 비슷한 일을 할 줄은 정말 몰랐다”고 덧붙였다. 금 전 의원은 “조국 사태, 윤미향 사태 등에 대해서 당 지도부는 함구령을 내리고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이 가장 관심 있는 문제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앞서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지난달 25일 회의를 열고 금 전 의원에 경고 처분을 내렸다. 지난 2월 11일 권리당원 500여명이 금 전 의원을 제명해달라고 요청한 지 석 달 만이다. 금 전 의원은 처분 사실을 20대 국회의원 임기 마지막 날인 29일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금 전 의원은 윤리심판원에 재심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해찬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당에는 권고적 당론이 있고 강제적 당론이 있다”며 “금 전 의원이 기권표를 던진 것은 강제적 당론이다”라며 징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대표는 “강제적 당론을 채택하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고 불가피한 경우”라며 “강제적 당론을 지키지 않았는데 아무것(징계)도 안 하면 강제적 당론의 의미가 없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당내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에 나와 “국회의원이 자기 소신으로 판단한 걸 징계를 내린 사례를 본 적이 없다”며 “금 전 의원은 이미 경선에서 탈락해 낙천하는 어마어마한 책임을 졌다고 생각한다. 그 이상 어떻게 책임을 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용진 의원도 채널A에 출연해 “대한민국 헌법은 국회의원이 국가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그 직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은 일제히 비판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금 전 의원이 소신 표결했다고 공천도 못 받고 징계까지 당했다”며 “결국 민주당은 민주화 세력이라고 주장하며 독재와 싸운 것이 아니라 독재가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일갈했다.

박원석 정의당 정책위의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헌법기관(국회의원) 표결도 당론을 따르지 않으면 징계한다? 철의 규율이다”며 “그런 철의 규율이 내부의 부정과 반칙, 불공정에도 적용되면 좋았을 텐데”라고 비꼬았다.

금 전 의원은 재심 신청서에 ‘국회의원이 당론을 위반한 경우 징계를 내릴 수 있는 당규가 없고, 헌법과 법률에 어긋난다’는 사유를 든 것으로 전해졌다. 금 전 의원에 대한 최종 징계 여부는 재심 절차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