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에 대해 “추진 중인 일정대로 연말에 문 대통령 방미가 성사된다면 이는 G7에 옵서버 자격으로 가는 일시적 성격이 아니다”며 “한국이 G11 또는 G12라는 새로운 국제체제의 정식 멤버가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문 대통령 G7 정상회의 참석 요청과 관련해 “우리나라가 세계의 질서를 이끄는 리더 국가 중 하나가 된다는 의미”라며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G7 초청 의사를 밝힌 4개국 중 한국과 가장 먼저 통화한 데도 의미를 부여했다. 강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G7 외에 한국과 러시아 호주 인도 등으로 참여국을 확대할 의사를 밝힌 뒤 문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전화를 걸었다”며 “한국의 발표로 G11 또는 G12로의 확대를 공식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밤 문 대통령과 통화를 마치기 전 “이 통화를 대외적으로 언급하고 긍정적 발표문을 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그렇게 하겠다. 한국 국민들도 기뻐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G7 참석이 한·중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어제 한·미 정상 통화에서 중국 문제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며 “중국이 반발할 것으로 예상한 보도를 읽었으나 정부는 중국이 반발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기 전 이미 G7 참석 의사를 굳힌 상태였다고 한다. 한국 등 4개국을 G7에 초청하고 싶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 언론에 보도되자 문 대통령은 “조금도 회피할 필요가 없다. 환영할 일”이라고 언급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향후 새롭게 재편될 G11 또는 G12에 정식멤버로 가입한다면 한국은 정식으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기회를 얻게 된다. 더욱 확대된 국제적 영향력을 발판 삼아 ‘포스트 코로나’ 세계질서 수립에 우리 입장을 적극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도 트럼프 대통령 표현을 빌려 “세계 외교질서가 낡은 체제인 G7에서 G11 또는 G12로 전환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문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참석이 대한민국 외교의 지평을 넓힐 것으로 봤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그만큼 우리의 국제적 위상이 최근 높아졌다는 뜻”이라며 “이번 기회로 코로나19 이후 세계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우리 목소리가 반영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 배경엔 중국 견제 및 반중전선 구축 의도가 깔려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한국 외에 초청받은 나라 중에 호주와 인도가 있다”며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전략의 핵심 국가들”이라고 평가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센터장는 “기존 G7 체제에 새로운 나라들을 초대하겠다는 것은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민주주의와 자유무역, 인권 등 보편적인 가치에 따른 외교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며 “이런 원칙대로 움직이면 미·중의 동조를 구하거나 눈치를 볼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