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은 “경찰개혁”… 부검의 “경찰 살인 맞다”

입력 2020-06-02 17:03 수정 2020-06-02 17:06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1일(현지시간) 시위대가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관련 경찰의 과잉진압을 규탄하며 '흑인의 목숨은 중요하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비무장한 흑인 시민 조지 플로이드(46)가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에 이른 사건과 관련해 미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공무원 면책특권 폐지 등 경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CNN방송 등은 1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 검시관이 플로이드의 사인에 대해 “경찰관의 제압과 억압, 목 압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심폐 기능의 정지”라는 부검 결과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이 시민을 상대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헤너핀카운티 검시관은 당초 예비 부검에서 외상에 의한 질식이나 교살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결과를 내놨다. 그러나 이날 최종 검시 결과에선 경찰이 플로이드의 목과 등을 무릎 등으로 찍어누른 행동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결론지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플로이드 유족들의 의뢰로 부검한 마이클 베이든 전 뉴욕시 검시관 역시 이날 ‘지속적인 압박으로 인한 질식’을 사망 원인으로 지목했다. 플로이드 유족 측 변호인인 안토니아 로머누치는 “플로이드의 목을 누른 무릎뿐만 아니라 그의 등을 누르고 있던 다른 경찰관 2명의 체중도 사망의 원인”이라면서 “이들이 플로이드의 뇌로 혈액과 공기가 흘러가는 것을 막았다”고 말했다.

경찰의 과도한 무력 행사가 플로이드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부검 결과들이 나오면서 경찰의 폭력성과 이에 대해 면책권을 부여하는 제도가 악순환을 반복시키는 핵심 원인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공무원 면책권은 명확한 법적·헌법적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공무원이 직무상 한 행동에는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이날 코로나19 일일 브리핑에서 “(이 사건에 대해) 화나고 실망스럽다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긍정적 개혁 어젠다를 추가해야 한다”면서 경찰에 의한 폭력과 과도한 공권력 행사 금지,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대한 독립적 조사 등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 순간을 여론의 지지를 강화하는 데 활용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 분노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위 대응 과정에서 경찰이 계속하고 있는 폭력적인 행위에 대해서도 규탄했다.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DC 시장도 시위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을 비판하는 데 목소리를 보탰다. 바우저 시장은 “연방 경찰은 통행금지 전에 백악관 앞에서 평화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위대를 강제로 해산시키기 위해 탄약을 사용했다”면서 “그런 행동은 경찰을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한다. 부끄럽다”고 개탄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실시되고 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델라웨어주 웰밍턴의 한 교회에서 지역 흑인 정치인, 종교인 등과 만나 “제도적 인종차별에 맞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설치됐던 경찰 감독위원회를 다시 가동해 경찰의 관행을 조사하겠다고도 밝혔다.

소말리아 난민 출신인 일한 오마 민주당 하원의원,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거론하며 공화당을 탈당한 무소속 저스틴 어마시 하원의원 등은 경찰의 면책권 폐지를 요구하는 법안을 이번 주 제출할 예정이다.

어마시 의원은 “플로이드의 죽음은 지금까지 오랫동안 이어져 온 경찰의 직권 남용 사례 중 가장 최근에 발생한 일”이라면서 “이같은 상황은 경찰이 법적으로, 정치적으로, 문화적으로 보호받기 때문에 계속된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그 부분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NYT는 이날 사설을 통해 경찰의 무력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무력을 행사해야만 할 때는 그 이유를 대중에 공개하도록 해야 하며, 경찰이 저지른 잘못에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체는 “(시위 현장에서) 노인들을 거칠게 밀치거나 아이들에게 호신용 스프레이를 뿌리는 등 물리적 충돌을 부추기며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것은 경찰 자신”이라면서 “미국에서 법 집행관의 실수로 목숨을 잃은 흑인의 이름을 늘어놓자면 끝이 없다. 미국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생명권조차 지켜주지 못하는 나라”라고 비판했다.

이어 “시위대가 원하는 국가는 잘못을 저지른 나쁜 경찰을 징계하는 나라가 아니라 해고하는 나라이며, 시위대를 구타한 경찰이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않고 일자리를 잃는 나라”라고 지적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