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요 ‘갑질’에 칼 뽑은 공정위…배민과 기업결합에 불똥 튀나

입력 2020-06-02 16:47 수정 2020-06-02 17:00
2013년부터 3년간 ‘최저가보장제’ 실시
지침 어긴 음식점 일방적 계약해지도
배달 앱, 가입 업체 경영 간섭 제재 첫 사례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는 별개”
배달 앱 독과점 우려도



국내 2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인 ‘요기요’가 배달 음식점에 일방적으로 요기요를 통한 ‘최저가 판매’를 유도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배달 음식점에 사실상 ‘갑(甲)’인 요기요가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음식점의 경영활동에 간섭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제재로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DH)와 국내 1위 배달 앱인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간 인수합병(M&A)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공정위는 2일 요기요가 2013년부터 2016년 말까지 배달 음식점들에 대해 최저가보장제를 일방적으로 시행한 것이 거래상 지위 남용을 규정한 공정거래법에 위배된다고 보고,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68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요기요는 2013년 6월 자사 앱에 가입된 배달 음식점을 대상으로 최저가보장제를 일방적으로 시행했다. 음식점으로의 직접 전화 주문과 다른 배달 앱을 통한 주문 시 요기요에서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을 모두 금지했다. 최저가보장제 준수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자사 직원들에게 일반 소비자인 척 음식점에 가격을 문의하거나 소비자, 경쟁 음식점으로부터 신고를 받았다. 지침을 어긴 배달 음식점 144개를 적발해 판매가격 변경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은 음식점 43곳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

요기요는 공정위 조사에서 최저가보장제가 ‘무임승차’ 방지용이라고 주장했다. 소비자가 요기요를 통해 배달 음식점 정보만 확인한 뒤 요기요가 아닌 전화 주문이나 다른 배달 앱으로 더 싸게 음식을 주문하면 자신들의 사업이 어려워진다는 논리다. 그러나 공정위는 현실적으로 그렇게까지 가격을 비교하며 주문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고, 영세업체인 배달 음식점이 배달 앱 2위 요기요보다 저렴한 주문 시스템을 만들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무임승차 가능성을 일축했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인 배달 앱이 가입 업체에 대한 경영 간섭으로 제재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다만 “이번 요기요 제재와 현재 진행 중인 DH와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결합 심사는 별개”라고 했다. 기업결합 심사에서는 개별 사건보다는 시장지배력 여부와 공동행위(담합) 가능성이 중점 심사요인이기 때문이다. DH는 요기요 외에 3위 배달 앱인 배달통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잇달아 배달 앱들이 영세 음식점주들에 대한 일방적 서비스 개편으로 논란을 빚으면서 ‘배달 앱 독과점’에 대한 시장의 우려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배민 역시 지난 4월 일부 음식 점주의 반발에도 수수료 개편을 밀어붙였다가 공정위로부터 경고를 받은 바 있다.

요기요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음식점들의 요기요 매출 의존도는 13~15%였다. 요기요의 배달 앱 시장 점유율이 26.7%임을 고려하면 DH와 우아한형제들 인수합병이 현실화할 때 음식점들의 배달 앱 매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