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카드를 다시 꺼내 일본을 압박하기로 했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시작하며 근거로 들었던 문제가 해소됐음에도 갈등 해소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한국 정부는 국제 사회에 일본의 수출규제의 위법성을 알려 향후 또다른 수출규제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WTO 제소가 마무리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조치는 아니라는 반응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22일에 잠정 중단했던 일본의 3개 품목(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플루오린 폴리이미드·불화수소) 수출제한 조치에 대한 WTO 분쟁해결절차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나승식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WTO에 패널설치를 요청해 향후 제소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달 12일 일본이 수출규제 근거로 내세웠던 한·일 정책대화 중단, 재래식 무기에 대한 캐치올(전략물자 수출 통제 제도) 통제 미흡, 수출관리 조직과 인력의 불충분 등 세 가지 문제가 모두 해소됐다며 지난 31일까지 일본의 입장을 밝히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일본은 우리의 요구에 호응하지 않았다. 나 실장은 “일본의 답변은 있었지만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었다. 일본이 문제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고, 현안 해결을 위한 논의도 진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그동안 캐치올 통제의 법적 근거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대외무역법을 개정했고, 무역안보 전담조직을 확대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충분히 승소할 수 있다고 본다. 나 실장은 “일본이 수출규제한 3개 품목의 경우 지난 11개월 동안 운영과정에서 안보상의 우려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에선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1년 이상 걸리는 터라 승소를 하더라도 실익은 크지 않다고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나 실장은 “일본 수출규제의 불법성과 부당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해 한국 기업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할 수 있다. 향후 수출규제를 남용하는 일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