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쇄신 작업에 나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내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당내 반발 확산으로 김 위원장의 쇄신 드라이브 동력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2일 국회에서 열린 통합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허리 숙여 인사한 뒤 “여러분께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다소 불만스러운 일이 있고, 과거 가치와는 좀 떨어지는 일이 있더라도 너무 시비 걸지 말고 협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다들 협력해서 통합당이 정상 궤도에 올라 다음 대선을 치를 수 있는 체제를 갖출 수 있게 해달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시비 걸지 말라”고 한 건 당 안팎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전날 진보보다 앞서는 진취적 정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으나, 일각에서 기존 보수의 가치를 부정하냐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장제원 통합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김종인 비대위가 ‘보수’ 나아가 ‘자유우파’ 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한다”며 “‘개혁보수’라는 말도 쓰면 안 되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보수의 가치마저 부정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이 같은 반발이 확산될 것을 우려해 의총에서 분위기 다잡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난을 전달하기 위해 예방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에겐 뼈 있는 말을 건넸다. 김 위원장은 “국회를 빨리 개원할 수 있게 해주셔야 한다”고 강 수석을 압박했다. 강 수석이 “대통령은 5일 개원 연설을 하려고 문장도 다듬고 열심히 준비 중”이라고 하자, 김 위원장은 “지난 30년 동안의 관행대로 하면 별문제 없을 것 같은데 거대 여당이 포용적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