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전동킥보드는 의무보험 대상 ‘자동차’에 해당”

입력 2020-06-02 15:58

최근 개인용 이동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전동킥보드를 의무보험 가입대상인 자동차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만 개인 이용자가 가입할 수 있는 전동킥보드용 보험 상품이 출시되지 않은 만큼 의무보험 가입 미가입을 이유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단독 박원규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만취 상태로 전동킥보드를 타다 보행자를 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씨(49)에 대해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A씨가 전동킥보드 음주운전으로 재판을 받던 중인 지난 3월에도 술을 마시고 카니발 승용차를 무면허로 운전한 혐의도 함께 적용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전동킥보드) 음주운전 범행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음에도 자숙하지 않고 무면허, 음주운전 범행을 저질렀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재판에서는 A씨의 음주운전 여부와는 별도로 전동킥보드가 의무보험 가입대상인 자동차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 중 하나로 다뤄졌다. 국토교통부와 보험업계는 전동킥보드를 의무보험 가입대상이 아니라고 보는 관점이 우세한 반면 검찰에서는 전동킥보드 역시 의무보험 가입이 필요한 자동차로 판단해 해석상 논란이 지속됐었다.

재판부는 전동킥보드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자동차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원동기에 의해 육상에서 이동할 목적으로 제작한 용구’라는 이륜자동차의 개념이 전동킥보드에도 들어맞는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손잡이, 안장, 발판 및 2개의 바퀴가 장착되고 리튬-이온 전지에 의해 전원을 공급받는 스트레이트 모터에 의해 구동돼 육상에서 1인의 사람을 운송하기에 적합하게 제작된 이륜의 용구”라고 전동킥보드를 정의했다. 전동킥보드를 이륜자동차로 판단함에 따라 재판부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8조에 따라 의무보험에 가입해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A씨가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채로 전동킥보드를 운행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A씨가 전동킥보드를 운행할 당시 가입할 수 있는 의무보험 상품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의무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도 극히 미약했던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법원 관계자는 “전동킥보드를 대상으로 하는 의무보험상품이 개발되기 전에는 전동킥보드 운행자를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근거를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