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취임 축하 난을 들고 국회를 찾아온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오시느라 수고가 많았다”고 덕담을 건넸다. 김 위원장과 강 수석 간 대화는 화기애애하게 진행됐지만 6월 추경안 처리와 국회 원 구성 문제를 놓고 뼈 있는 말들이 나왔다.
강 수석은 축하 메시지를 전하면서 “3차 추경을 6월에 꼭 해주십사 한다”고 부탁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3차 추경의 내용을 어떻게 하느냐, 이런 정도를 잘 봐서 협조할 건 협조하겠다”고 답변했다. 강 수석은 “순부채 증감율을 100조로 하려고 하니까 (추경 규모를) 35조3000억 정도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국회를 빨리 개원할 수 있게 해주셔야지”라며 압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원 구성 협상에서 통합당 요구를 일부 수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강 수석은 “대통령은 5일 개원 연설을 하려고 문장도 다듬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그러니까 크게 문제될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지난 30년 동안 관행으로 해 온 대로만 하면 별 문제없을 것 같은데 거대 여당이 거기에 대해서 포용적 자세를 취해줘야 한다”고 여당 책임론을 부각시켰다. 국회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맡은 관례를 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강 수석은 자신이 청와대 내 협상파라는 점을 강조했고, 김 위원장은 “여야가 협력이 잘되도록 조정 역할을 잘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자기들 편한 것만 내세워서 ‘개원은 법대로 지키자’라고 하는데 저희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5일 국회 개원을 강행하려고 하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었다.
주 원내대표는 “‘법대로’를 외치지 않은 독재 정권이 없다”면서 “히틀러의 나치 정권도 법치주의를 외치며 독재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만약 5일에 통합당의 동의 없이 국회를 열어 의장단을 선출하고 이후 상임위 구성이나 추경 처리 등 모든 것을 일방적으로 처리하면 우리 당의 협조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