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30분만에 “기자회견이 있어서” 떠나려한 최강욱

입력 2020-06-02 15:07 수정 2020-06-02 15:15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한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2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제가 기자회견이 있어서….”(최강욱 열린민주당 당대표)
“형사소송법상 위법합니다. 허용할 수 없습니다.”(정종건 판사)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 심리로 진행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당대표의 2차 공판기일에서 재판장과 피고인 측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최 대표가 국회 기자회견이 있다며 재판 30분 만에 법정을 떠나려 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이날 증거조사 도중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제가 기자회견이 있는데 오늘 정리된 부분은 다음에 해주시면 안 되겠느냐”며 “어차피 지금 증거 목록 등이 확인됐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는 “제가 당대표 위치라서 공식행사에서 빠질 수가 없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최 대표의 변호인도 “허가해주신다면 피고인 없이 진행해도 되겠느냐”고 불출석 재판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 판사는 “형사소송법상 위법하다. 허용할 수 없다”며 “어떤 피고인도 객관적인 사유가 없으면 변경해주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다른 사건은 양해해주면서 이 사건을 변경 안 해주시는 건 이해가 안 된다”며 맞섰다. 그러자 정 판사는 “어떤 피고인이 요청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재판을 진행했다.

재판 종료 후 최 대표는 기자들과도 설전을 벌였다. 취재진은 법정을 떠나는 최 대표에게 “앞으로 재판을 받으면서 의원직 수행해야 하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안 되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재판이 오전 10시에 예정돼 있는데 기자회견을 1시간 뒤인 11시로 정한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최 대표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지원한 것에 대해 “이해충돌 소지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그러자 최 대표는 “의도가 있는 질문을 한다”며 “재판을 피한다거나 미루려한다는 답을 끌어내려는 것 같다.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법사위 가려는 것 아니냐(고 보려한다)”며 “굉장히 부적절한 해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대표는 “지난 기일에 재판장이 기일에 관해 의견이 있으면 제출하면 변경해준다고 했다”며 정상적으로 재판 기일 변경을 요청한 것이란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 “당대표로서 국회가 열린 뒤 국민들에게 당 입장을 먼저 말씀드리는 게 더 중요한 일이고 개인 재판보다 우선한다고 생각했다”며 “(언론이) 재판과 연결 지어 굳이 말을 만들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사실관계를 왜곡하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로 있던 2017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 조모씨에게 ‘2017년 1월 10일~10월 11일 매주 2회 총 16시간 동안 문서정리·영문번역 등 인턴 역할을 수행했다’는 내용의 허위 인턴활동 확인서를 발급해 대학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날 당시 법무법인 직원들이 조씨가 인턴활동을 한 일을 전혀 본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최 대표 측은 조씨가 퇴근 후나 주말에 출근했고 직원들은 그때 나오지 않아 인턴 사실을 알기 어려웠다고 반박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