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 지역에서 지난 두달 동안 70여 차례 연속으로 발생한 지진을 대규모 지진의 전조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기상청은 지난 1일 전문가 회의를 개최해 최근 전남 해남 서북서쪽 21㎞ 인근 지역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지진의 원인과 전망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2일 밝혔다. 강태섭 부경대 교수, 김광희 부산대 교수, 김성룡 충남대 교수 등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는 기상청과 학계에서 진앙 주변에 임시지진관측망을 설치해 정밀 관측 및 재분석한 결과가 발표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해남 지진은 대지진의 전조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됐다. 정밀분석 결과 진앙 위치가 약 500m의 작은 범위에 집중 분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남철 기상청 지진전문분석관은 “지난 포항 지진이나 경주 지진처럼 규모 5.0 이상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려면 단층의 길이가 수㎞ 이상 발달해야 하는 데 비해 이번 지진에서 단층의 추정길이는 가로 500m, 세로 400m로 작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지진이 지하 20㎞ 깊이에서 발생한 것도 이유로 들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처럼 깊은 위치에서 지진이 발생할 경우 지표면까지 전달되는 에너지는 급격히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지진 패턴을 보이며 2013년 보령, 2019년 백령도 일대에서 발생한 연속 지진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우 분석관은 “해당 지역에서도 미소지진이 발생했으나 대규모 지진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며 “다만 유사하게 추후 미소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지진이 발생한 명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우 분석관은 “우리나라에서 지진은 보통 지하 5~15㎞ 깊이에서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이처럼 지진이 일어나기 어려운 깊이에서 단층이 활성화된 것은 이례적”이라며 “이번 지진의 발생 원인과 연속지진 패턴을 밝히기 위해 추가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남 해남 서북서쪽 21㎞ 인근 지역에서 지난 4월 26일 이후 2일까지 총 75회의 미소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은 지난달 9일 이후 잦아드는 추세이며 지난달 23일 규모 1.4 지진이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발표된 지진은 없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