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무관객’ 온라인 개최로 화제를 모은 전주국제영화제에 이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도 OTT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영화제 대열에 동참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국내 주요 영화제들과 OTT 사이의 전례 없는 연합을 이끄는 배경이다.
다음 달 7~16일 열리는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국내 OTT 왓챠플레이와 온라인 상영회 협업을 논의 중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관계자는 2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왓챠플레이 측과 온라인 상영회 개최를 긍정적으로 협의 중”이라며 “영화 공급 플랫폼을 다원화하는 맥락도 있으나 코로나19를 슬기롭게 헤쳐나가려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오프라인 병행 계획 등을 포함한 최종 결정은 다음 주 중 나올 예정이다.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역시 지난달 28일부터 무관객으로 치러지고 있다. 한국경쟁부문 등 경쟁부문 영화들을 극장에서 상영하긴 하나 현장에는 심사위원들과 감독·배우·제작진만 참석한다. 영화 팬들은 영화제 출품·초청작 96편(한국영화 54편, 해외영화 42편)을 웨이브를 통해 관람할 수 있다. 콘텐츠 대부분이 개봉 예정작임을 고려해 장편영화와 한국 단편영화(묶음 상영)는 각각 7000원, 해외 단편영화(1편)는 2000원에 제공되고 있다.
그간 영화제와 OTT는 긴장 관계에 있었다. 전통 극장 사업자의 지지를 받는 영화제로서는 온라인 스트리밍이 목적인 OTT가 시장질서와 극장주 생계를 위협하는 존재여서다. 넷플릭스와 칸 국제영화제 역시 출품작의 ‘프랑스 내 극장 상영’ 기준을 두고 맞붙은 후 서로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다.
온라인 방식의 영화제가 가진 구조적 한계도 한몫했다.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만 콘텐츠가 공개되기에 ‘영화 마켓’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운 데다, 불법복제·유포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랐기 때문이다. 전주국제영화제도 수익 문제를 보완하면서, 보안 문제에 노하우를 가진 온라인 플랫폼을 두고 고심을 거듭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영화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영화제와 OTT 사이의 새 협업 모델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웨이브 관계자는 “온라인 상영회를 외연 확장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영화제 관계자가 많다”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시작됐지만, 좋은 선례를 남긴다면 향후 확산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