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최강욱, 기자회견 핑계 “재판 빨리 끝내달라” 논란

입력 2020-06-02 13:13 수정 2020-06-02 13:22

2일 오전 10시33분. 조국 전 법무부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써준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재판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갑자기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최 대표가 재판장을 향해 벌떡 일어섰다.

최 대표는 국회 사정이 있다며 재판 중 먼저 나가봐도 되느냐고 물어봤다. 피고인 없이 남은 재판 절차를 진행해도 되냐는 질문이었다. 이날 공판은 지난 4월 처음 열린 1차 공판에 이어 검찰과 변호인이 증거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재판부가 채택한 증거에 대해 조사가 예정돼 있었다. 최 대표의 요청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형사소송법상 피고인 없이 재판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최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 대표 재판 발언

최강욱 : 제가 기자회견이 있어서 오늘 정리된 부분을 다음에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어차피 지금 증거 제목 등은 확인이 된 것 같아서 양해해주시면..

재판장(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 : 글쎄요. 서로 확인이 된 기일이고, 앞서 28일은 피고인이 안 된다고 하셔서 오늘로 정한 거라.

최강욱 : 국회 일정이..

재판장 : 이 사건 때문에 뒤에 사건들 재판을 다 비운 상황이거든요 저희도.

최강욱 : 제가 당 대표 위치라 공식 행사에 빠질 수가 없어서 죄송합니다.

최강욱 측 변호인 : 허가해주신다면 피고인 없이 진행해도 될까요?

재판장 : 형사소송법상 위법합니다. 허용 안 됩니다. 어떠한 피고인도 객관적인 사유가 없으면 기일 변경해주지 않습니다.


최 대표는 오전 11시부터 당 지도부와 함께하는 국회 기자간담회 일정을 잡아둔 상황이었다. 이날 재판 시작 시간은 오전 10시였다. 결국 재판은 1시간20분만에 종료됐다. 최 대표가 본인의 재판과 당 기자간담회를 같은 날에 잡은 것을 두고 의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최 대표 측의 이번 요구가 이례적인 사례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 대표는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이 공판 기일에 기자간담회를 잡은 취지를 묻자 “재판 기일 절차에 대해 의견서를 제출하면 변경하겠다는 말을 지난 기일에 재판장이 하셨고, 국회가 개원된 후에 국민에게 입장을 말씀드리는 게 더 빠른 순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재판을 계속 받으시면서 의원직 수행하셔야 하는데 기자회견이 이렇게 겹치고 이러면 안 되지 않느냐’ ‘차후에도 비슷한 일 생기면 또 재판부에 (종료를) 요청하실 거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지원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최 대표는 오히려 언론 탓을 했다. 그는 취재진을 향해 “여러분들은 굉장히 의도를 가진 질문 하고 있는데 알고 계시냐”면서 “누군가 물어보라고 시킨 것 같다. 굉장히 부적절한 질문이고 부적절한 해석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 대표가 국민께 말씀을 드리는 자리를 갖는 것이 개원 이후 당연한 일인데도 굳이 재판과 연결 지어서 말을 만들려고 하는 여러분의 의도는 제가 충분히 알겠지만 그런 식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며 “재판은 재판으로서 충분히 제가 진실을 밝힐 것이고, 당대표와 국회의원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 대해서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한 취재진이 “의도나 지시를 받은 게 아니라 재판 시간과 기자간담회 시간이 겹쳐서 물은 것”이라고 하자 “재판장이 일정 겹치면 그때 가서 신청하라고 말해서 신청을 했는데 허가가 안 돼 나온 것인데 더이상 무슨 해석과 변명이 필요하냐”며 자리를 떴다.


법조계와 야권 등에선 최 대표 본인이 기자간담회와 재판 일정을 겹치게 잡아 놓고선 언론탓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최 대표 본인이 법정에 대한 예의를 차리지 않으면서 남 탓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권 관계자는 “기자간담회를 핑계로 최 대표가 본인의 재판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 대표측 변호인은 첫 공판기일에 이어 이날 재판에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최 대표 측은 “(조 전 장관 아들에게 발급해준) 인턴 확인서는 최 대표가 작성해 제출한 것이 아니며, 허위도 아니다”며 “해당 인턴확인서가 입시전형에 필수요소도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또 함께 일했던 변호사와 의뢰인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7월23일 오후 3시 재판을 재개하고,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