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재개가 진행 중인 유럽 프로축구 리그에서 자동차 극장처럼 주차장에 모여 응원을 하는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전염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이다.
덴마크 스포츠매체 TV2SPORT는 덴마크 프로축구 1부리그 수페르리그 FC 미트윌란이 AC 호르센스와의 홈경기를 맞아 헤덴 지역에 위치한 홈구장 MCH아레나 주차장에서 홈 팬들과 ‘주차장 응원’을 벌였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후 4시였던 킥오프 시간에 맞춰 모인 차량만해도 2000대를 넘었다. 다만 신선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날 경기는 홈팀 미트윌란의 0대 1 패배로 끝났다.
주차장에는 5개의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다. 스크린 앞에 모여든 이들은 화장실을 가야 할 때마다 비상등을 깜빡이거나 한팔을 창문 밖으로 내밀고 흔들어 신호를 보냈다. 신호를 받은 구단 직원이 화장실로 사람들을 안내했다. 이날 날씨가 맑고 바람도 없었기 때문에 차안의 기온은 높은 수준이었다. 스크린 자체에는 스피커가 달려있지 않았기 때문에 관중들은 차량 안의 FM 라디오를 함께 켜야 했다.
자녀를 데리고 친구와 함께 주차장 응원에 동참한 한 미트윌란 팬은 TV2SPORT와의 인터뷰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려 화장실에 가야했지만 그 점을 빼면 대부분 순조로웠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미트윌란의 팬들이자 모두 시즌 티켓 소지자들이다. 멋진 이벤트라고 생각한다”면서 “함께 온 친구는 상대팀 호르센스의 팬”이라고 소개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경기 동안 에어컨을 위해 시동을 켜놓는 행위는 환경보호를 이유로 금지됐다. 다만 전기차를 가져온 팬들은 시동을 켤 필요없이 에어컨을 켤 수 있었다. 한 팬은 “구단의 의도는 매우 좋지만 주차장에 있다고 해서 스크린을 계속해서 보고 있기가 어렵다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