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의 전당 맞나요?”…의원회관에 지문인식·게이트

입력 2020-06-02 09:34

7월부터 국회 의원회관 보안시스템이 한층 강화된다. 각 층별로 출입증을 찍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스피드게이트와 승강기 내부에 지문을 인식하는 기계가 설치되는 것이다. ‘민의의 전당’으로 여겨지는 국회에 일반 시민들의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의원실 보좌진도 급작스러운 보안 강화가 의아한 눈치다.

국회 의원회관은 국회의원과 그 보좌진이 이용하는 사무실, 각종 토론회가 열리는 회의실 등이 있는 건물이다. 국회 사무처는 회의실과 식당이 있는 의원회관 1·2층 공용공간을 제외하고 3층부터 게이트를 설치했다. 2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관련 시설 설치에 총 11억6000만원이 소요됐다.

국회 사무처는 민원인 무단 방문과 소란 행위가 계속 증가하는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2018년에는 6건(47명), 2019년에는 23건(74명)의 신고가 있었다고 한다. 국회 관계자는 2일 “지난해부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청사 질서 유지 관련해서 지적이 있어 왔다”며 “지난해 9월 의원들과 의원회관 직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74%로 다수였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국회 의원실 보좌진에게 배포된 ‘의원회관 보안환경이 달라졌어요’라는 제목의 팸플릿에는 “의원회관에 방문한 국민은 방문증을 이용해 방문 목적지가 있는 층만 출입하실 수 있다. 국회의원 및 직원은 신분증을 이용해 모든 구역을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다”고 설명이 돼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실 보좌진 사이에서는 “국회 출입 문턱이 일반 시민들에게 너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보좌관은 “의원회관 내에서 별다른 사고가 있던 것도 아닌데, 이렇게 갑자기 출입을 제한하니 좀 황당하다”며 “국회 출입 보안을 갈수록 강화하는 게 과연 옳은 방향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보좌관도 “지문 등록이 선택 사항이긴 하지만, 과도한 개인정보 침해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걱정했다.

벌써부터 시민단체 활동가나 입법청원 목적으로 방문한 민원인들의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 보좌관은 “업무에 과도하게 차질을 주는 방문객은 출입을 어느 정도 제한할 필요가 있지만, 불특정 다수 국민을 상대로 접근성을 제한하는 건 ‘열린 국회’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회 관계자는 “의원회관 출입 절차 자체는 이전과 다름없다. 방문자가 여러 의원실을 동시에 방문하기를 원하면 출입 허가증을 받을 때 어느 곳을 가고 싶은지 한꺼번에 말하면 오고 가는 데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국회 보안 강화 조치는 탈북자 출신 태영호·지성호 의원 등 특정인과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 의원은 해당 조치와는 별도로 앞으로 24시간 ‘철통 경호’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