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법원이 개정법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아 성추행범에게 장애인시설 취업 기회가 주어지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작년 6월부터 시행 중인 장애인복지법은 성범죄자가 장애인복지시설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기소·공판 과정에서 이 내용이 누락된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대한 특례법 위반으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 중 취업제한 명령 부분을 파기해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8월 서울 1호선 지하철 안에서 뒤에 타고 있던 여성 B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행위와 범행 전후 상황에 대한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라며 유죄로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120시간의 사회봉사와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명령,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3년간 취업 제한 명령도 함께 내렸다.
그러나 1심은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을 제한하는 명령이나 면제 여부에 관한 판단을 빠뜨렸다. 지난해 6월부터 시행 중인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성범죄자는 장애인복지시설을 운영하거나 시설에 취업할 수 없다.
이에 2심 재판부는 1심이 장애인시설에 대한 취업제한 명령을 누락했다며 판결 주문에 장애인복지시설에 3년간 취업을 할 수 없도록 한 명령을 추가했다.
하지만 3심은 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 금지’를 들어 2심의 직권 판단을 인정하지 않았다. 불이익 변경금지는 검찰은 항소하지 않고 피고인만 1심 판결에 불복한 항소심에서는 1심보다 더 무거운 형을 내릴 수 없다는 원칙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만 항소한 이 사건에서 원심이 장애인복지시설에 대한 3년의 취업제한 명령을 새로 병과하는 것은 1심 판결을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이므로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홍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