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경 공채 필기시험 직후 수험생들이 고려사 논쟁 벌인 이유

입력 2020-06-02 07:35 수정 2020-06-02 07:38

지난달 30일 전국 98개 시험장에서 치른 순경 공개채용 필기시험에서 정답이 복수정답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출제위원이 당초 예상한 정답은 1개였으나 역사적으로 논란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또 다른 ‘보기’도 정답으로 인정했다.

수험생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당초 출제위원이 예상한 답을 고른 수험생들은 한 문제로 당락을 좌지우지하는 시험에서 두 개를 모두 정답으로 인정할 경우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반발했다.

2일 경찰청에 따르면 당시 한국사 시험에서는 ‘고려 시대의 역사적 사실들을 오래된 것부터 바르게 나열한 것은?’이라는 문제가 나왔다. 보기로는 ㉠ 팔만대장경 완성 ㉡ 삼국유사 편찬 ㉢ 향약구급방 간행 ㉣ 황룡사 9층 목탑 소실이 제시됐다. 팔만대장경은 1251년 완성됐다. 삼국유사는 승려 일연이 1281년 편찬했다. 황룡사 9층 목탑은 고려가 몽골과 전쟁 중이던 1238년 불탔다.

문제는 고려 시대 의약서인 향약구급방의 간행 연도이다. 이 책은 고려의 제23대 왕인 고종 재위 기간(1213∼1259년)에 인쇄된 것으로 전해진다. 많은 교재와 백과사전 등은 이 책이 1236년 제작됐다고 소개한다. 경찰청으로부터 한국사 시험 출제를 의뢰받은 교수들도 향약구급방이 1236년에 간행됐다고 보고 문제를 낸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 순서로 나열된 3번을 정답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많은 수험생은 ‘향약구급방의 간행 연도는 불확실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논란이 일자 경찰청은 문제를 낸 교수들과 상의해 ㉣-㉠-㉢-㉡로 나열된 4번도 정답으로 인정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교수님들이 충분히 검토한 뒤 출제했지만, 향약구급방과 관련해 다양한 이론과 연구 결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무엇보다 시험의 기본으로 삼은 국정 교과서에 정확한 연도가 나와 있지 않다”고 배경을 전했다.

애초에 3번을 정답으로 고른 수험생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복수 정답을 인정하면 한 문제로 당락을 좌우할 경우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반면 수험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경찰청이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필기시험 합격자는 4일 발표된다. 최종합격자는 이후 체력시험, 적성검사, 면접시험 등을 거쳐 8월 7일 결정된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