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관행’ 바꾸자는 여당, 따르자는 야당…법사위원장 승자는

입력 2020-06-01 18:17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면서 개원 시기를 놓고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통합당은 제1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관례를 깨는 거대 여당의 횡포라며 개원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나쁜 관행을 답습해선 안 된다며 예정대로 개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여야는 오는 5일 첫 임시회를 열어 국회의장과 부의장 등 의장단을 선출해야 한다. 8일까지는 상임위원장 선출도 마무리해야 한다.

야당이 국회 법사위원장을 가져오는 관행은 2004년 17대 국회 때부터 시작됐다. 16대 국회까지는 원내 1당 몫이었다. 17대 국회에서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도록 한 관행은 17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과반(152석)을 차지한 열린우리당이 당시 원 구성 협상에 난항을 겪자, 한나라당(통합당 전신)에 법사위원장을 양보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16년 동안 관례처럼 법사위원장은 야당에 돌아갔다. 20대 국회 전반기에만 예외적으로 여당인 새누리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았다. 야당이면서도 원내 1당인 민주당이 국회의장을 가져가는 대신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온 것이다.


그간의 관행을 뒤집고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오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엔 177석이라는 거대 의석을 바탕으로 각종 개혁 입법에 성과를 내 문재인정부 후반기 국정 운영을 강력하게 뒷받침하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법안 통과의 최종 관문 역할을 하는 법사위원장을 차지해 법안 통과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요소를 최대한 제거하겠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핵심 보직인 예결위원장도 사수하려 한다. 예결위원장은 17대 국회부터 원내 1당이 맡아왔다. 20대 국회 전반기 예결위원장은 민주당 소속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었다. 그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상임위 재조정을 통해 후반기 예결위원장은 야당인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에게 넘어갔다.

이런 민주당의 전략은 원 구성 협상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연일 법정 시한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와 관련한 협상은 없다는 것이다. 이해찬 당 대표는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21대 국회는 국난 극복 국회로 이 임무와 명분에 어떤 관행과 여야 협상도 앞설 수 없다”며 국회법에 따라 개원일인 5일 국회 의장단을 선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할 것”이라며 “통합당은 낡은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세상 변화에 적응하는 정당이 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2일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임시회는 재적의원 4분의 1(75명)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아무 때나 열 수 있다.


통합당은 두 상임위원장을 제1야당에 주는 것이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 온 관례고, 여당의 견제 장치로써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의석 수에서 밀리는 탓에 다른 뾰족한 방법은 없는 상태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관례나 삼권분립 원리에 따라 통합당이 예결위와 법사위를 맡아야 한다”며 “의장단 선출은 상임위원장 배분이 다 끝난 다음에 하는 게 관례기 때문에 의장단만 먼저 선출하는 일방적 국회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