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도 시험 코앞인데”… 목동·노량진 학원가 풍경

입력 2020-06-01 17:44
학원가 그래픽. 국민일보 DB

“저는 학원 감염이 걱정되는데, 부모님이 오히려 ‘뒤처지면 안 된다’며 더 학원에 가라고 하시는 편이에요.”

서울 양천구 목동에 거주하는 중학교 2학년 박모(14)양은 “기말고사도 한 달여 밖에 안 남아서 부모님은 학원에 무조건 가라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30일 목동 양정고 학생 가족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을 받았지만 1일 찾은 목동 학원가의 일부 학원들은 수업을 재개하고 있었다. 박양도 “동네 일대 학원들이 이틀 정도 휴원했지만 학생 본인이 음성 판정 나오자마자 대부분 금세 문을 열었다”며 영어학원으로 향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수도권 내 방역지침이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환됐지만 보습학원, 입시학원 등은 여전히 활발하게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학원발 코로나 감염이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학사일정, 시험일정 때문에 학생과 학원 모두 강의 재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목동 학원가에서 이날 오후 만난 많은 학생들은 감염 우려에도 불구하고 학원에서 수업을 듣는다고 입을 모았다. 중학교 3학년 남모(15)양은 “개학이 늦어진 탓에 수행평가가 많이 밀려서 거의 매일 수행평가를 하고 있다”며 “기말고사도 얼마 안 남아 대비하려면 학원에 매일 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주 중간고사를 앞두고 학원에서 5~6시간씩 수업을 듣고 있다는 고교 2학년 홍모(17)군도 “사실 방역지침을 엄격하게 지키기보다는 학원에서 공부하는 게 저희에겐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원 내 거리두기가 잘 지켜지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오후 자전거로 학원에 가고 있던 초등학교 4학년 박모(9)군은 “내가 가는 소규모 학원에서는 학생들끼리 긴 책상에 나란히 앉아서 수업을 듣는다”며 “친구들은 이미 마스크를 안 쓴 채로 돌아다니기도 하고 걱정을 많이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무원시험, 국가시험 등 관련 대형학원들도 대부분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부터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의 한 대형학원에는 강의를 들으려는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부분 학원들은 코로나19 대비 수칙을 엄격하게 지키고 있었다. 한 대형학원은 입구에서 열감지카메라로 사람들의 발열을 체크했고, 다른 대형학원에서는 입구에서 출입자들에게 개인정보를 적게 하고 직원 한 명이 이를 체크했다. 강의실에선 학생들이 자리를 띄어 앉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강의를 진행했다.

준비생들은 시험 준비를 위해 수업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 달 경찰공무원 면접시험 대비를 위해 최근 학원에 등록했다는 A씨는 “면접 대비는 학원에서 할 수밖에 없어서 시험 때까지 계속 다닐 것 같다”고 했다. 오는 11월 시험을 앞두고 있다는 B씨는 “학원에서 동영상강의를 보게 하거나 스터디를 꾸려주기도 하지만 집중도 잘 안 되고 불편해 현장강의를 들으러 학원에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