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의 한 해안가에 둥지를 튼 멸종위기종 쇠제비갈매기가 수난을 겪고 있다.
쇠제비갈매기가 포항을 찾은 것은 10여년 전부터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쇠제비갈매기는 모래나 자갈밭에 둥지를 틀고 7월쯤 남쪽으로 이동하는 여름 철새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지에 번식하고 필리핀, 호주, 인도, 스리랑카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국내에선 부산 낙동강 하구 모래섬, 금강 주변 등지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안동 낙동강 모래섬에도 번식지가 발견됐다.
포항 해안가에도 해마다 15여마리가 알을 품고 부화해 이소를 한다.
몇 년 전부터는 번식지가 알려지면서 생태 사진 동호인이 많이 찾고 있다.
포항 쇠제비갈매기의 수난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일부 몰지각한 사진 동호인은 사진 찍으려는 욕심에 모래를 높이 쌓아 새끼가 둥지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하거나 손으로 집어 들기도 한다는 것.
심지어 줄로 쇠제비갈매기 새끼의 다리를 묶어 사진을 찍는 행위도 서슴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쇠제비갈매기 서식지임을 모르는 산악오토바이 이용자 등이 둥지와 알을 파손하는 사례도 있다.
이런 행위가 이어지자 포항을 찾는 쇠제비갈매기가 줄고 있다.
지난해 수십 마리가 찾아와 15개 정도 둥지에 알을 낳았다. 그러나 올해는 3쌍 정도로 줄었다.
알을 낳았지만 심한 스트레스 등으로 부화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포항의 한 사진작가는 “쇠제비갈매기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무질서한 행위가 도를 넘었다”면서 “몇 년 후에는 포항 해안에서 쇠제비갈매기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포항시는 쇠제비갈매기 보호를 위해 감시활동을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대구교육해양수련원의 협조를 받아 해안가에 펜스를 설치하고 통제하고 있다.
서식지 주변에는 쇠제비갈매기 보호안내 현수막과 표지판을 설치했다.
포항시 신구중 환경정책과장은 “쇠제비갈매기 서식지 주변 보호를 위한 생태계 보호 감시활동과 홍보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