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김경수도 통과 못시킨 ‘사회적 가치법’…21대 국회 결과는

입력 2020-06-01 17:00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국회 의안과에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을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 19대, 김경수 경남지사 20대 국회 발의 후 무산
박광온 “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더 중요해져”

21대 국회의 ‘1호 법안’ 타이틀은 결국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발의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사회적 가치법)에 돌아갔다. 이 법안은 과거 문재인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발의했던 법안의 개정안이다.

박 최고위원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발맞춰 생명과 안전이 중요해진 상황을 고려해 법안을 발의했고, 1호 법안으로서의 상징성을 얻기 위해 4박 5일 동안 국회 의안과 앞에서 보좌진이 대기하도록 했다.

박 최고위원은 1일 사회적 가치법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한 뒤 기자와 만나 “세월호 참사 때 대두됐던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이 코로나19 사태로 다시 중요해졌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남녀평등 등 사회적 가치를 기업부터 하라고 해도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다”며 “공공기관부터 핵심적인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면 민간영역까지 확산될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 법안의 핵심은 공공기관 평가에 기존에 강조해온 효율성뿐만 아니라 인권과 안전 등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춰 이익 추구를 중시하던 공기업 등 공공기관들의 사회적 책임성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사회적 가치법은 19대 국회의원이던 시절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발의를 하고 20대 국회에서 김경수 의원과 박 최고위원이 재발의 했던 법안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연합뉴스

박 최고위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가치가 후순위로 밀리고 경제적 가치를 우선하는 게 우리가 가야 할 사회인지에 대한 반성이 많았다”며 “우리 사회가 압축 성장을 하면서 효율과 이윤과 같은 경제적 가치에 집중하다 보니, 생명과 인권 그리고 약자 배려와 같은 사회적 가치가 중요한데도 후순위로 밀렸었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에 부각되는 양극화와 불균형의 심각한 위기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극복할 수 없으므로, 입법화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체계화시키고 사회 전반에 확산시키자는 취지다.

박 최고위원이 발의한 사회적 가치법은 공공부문의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지 규정하고,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기본계획에 맞춰 각 공공기관의 추진사항을 사회적가치위원회라는 신설기관에 제출해서 각 기관을 평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앞서 19대 국회 때 당시 문재인 의원이 발의한 사회적 가치법은 지난 2014년 11월 17일 기획재정소위 축조심사를 마지막으로 멈춰선 이후 임기만료로 폐지됐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가치법을 논의한 기재소위 축조심사에서는 같은해 12월 3일 사회적 가치법과 관련한 공청회를 열겠다는 기록만 남아있고 이후 논의는 더 이어지지 않았다.


20대 국회 때 김경수 의원과 박 최고위원이 발의한 사회적 가치법은 기획재정소위에서 논의가 멈춰섰다. 반대 의견을 낸 김성식 전 의원은 지난 2017년 12월 14일 기재소위 축조심사에서 “취지가 좋다고 다 법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가치라는 개념이 아직 법률적으로 특정된 적이 없다”며 “포괄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기본법식으로 접근하는 나라는 못 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책무를 강화하는 내용들을 실제로 각 법에 많이 강화하는 것이 훨씬 더 실효적이고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20댜 국회에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기재위 간사를 맡았던 추경호 통합당 의원.

당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기재위 간사를 맡았던 추경호 통합당 의원도 국민일보 통화에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사회적 가치에 대한 생각이 다양해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 어려워서 통과될 수 없었다”며 “사회적 가치는 개헌 논의를 할 때 나올 법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