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사망자 유족 특별채용’ 협약 유효?…대법원 17일 공개변론

입력 2020-06-01 15:42

산업재해로 조합원이 사망한 경우 직계가족을 특별채용 하도록 한 노동조합의 단체협약 규정이 적절한지 여부를 두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공개변론을 연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8번째로 열리는 공개변론이다.

대법원은 오는 1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업무상 재해로 숨진 이모씨의 유가족이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 관련 공개변론을 연다고 1일 밝혔다.

이씨는 벤젠에 노출된 상태로 기아자동차에서 근무하다가 현대자동차로 전직해 일하던 중 업무상 재해로 사망했다. 이씨의 유가족은 회사를 상대로 ‘노동조합원이 업무상 재해로 인해 사망할 경우 직계가족 1인을 특별채용’ 하도록 한 단체협약에 따라 자녀 1명을 채용해 달라고 주장하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단체협약 규정이 사용자의 고용계약의 자유를 현저하게 제한하고, 사실상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나아가 사실상 고착된 노동자 계급의 출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우리 사회의 정의관념에 반한다”며 무효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민법 제103조가 정하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가 위배될 수 있다고도 했다.

이번 공개변론에서는 ‘산재사망자 유족 특별 채용 협약’ 규정에 대한 효력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개변론에서는 단체협약의 대상과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단체 협약 상 특별채용 조항이 일반적으로 허용되는지,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분리취급 할 수 있는지 등이 다퉈질 예정이다.

원고 측은 채용협약 규정이 사용자가 채용의 자유를 행사한 결과이고 협약을 맺은 상황에서 서로 존중해야한다는 주장을, 피고 측은 “사용자의 채용 자유를 제한하고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것이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고 봐야한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폭넓은 의견수렴을 위해 지난 2월 대한변호사협회, 고용노동부, 근로복지공단 등 14개 단체에 쟁점에 관한 의견서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공개변론 법정에선 노동법 전문가인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 이달휴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양측 참고인으로 의견을 낸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