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잠수함 504만㎞ 무사고…지구 129바퀴 기록 세웠다

입력 2020-06-01 15:15
해군 잠수함·잠수정이 37년간 280만마일(504만㎞) 무사고 운항 기록을 세웠다. 280만마일은 지구를 129바퀴 돌 수 있는 거리다.

1999년 서태평양훈련에서 단 한발의 어뢰로 12,000톤급 퇴역 미 순양함을 격침시켜 미 해군으로부터 ‘One Shot! One Hit! One Sink!'라는 격찬을 받은 이천함(1200톤)의 항해 모습 [해군 제공]

해군은 1일 오후 정승균 해군잠수함사령부 사령관 주관으로 창설 30주년 기념식을 열어 280만마일 무사고 안전 항해를 기념했다. 280만마일은 1984년 잠수정이 처음 도입된 이후 해군 잠수정과 잠수함이 운항한 거리를 모두 합친 것이다. 잠수정은 현재 퇴역했다.

잠수함사령부는 1990년 제57잠수함전대가 창설되면서 시작됐다. 제57잠수함전대는 1995년 10월 제9잠수함전단으로, 2015년 2월 잠수함사령부로 격상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잠수함은 1992년 독일에서 인수된 장보고함(1200t급)으로, 한국 잠수함 최초로 30만마일(54만㎞) 무사고 운항 기록을 세웠다.

장보고함은 1996년 단독으로 한반도에서 괌을 왕복하는 첫 원양 항해를 했다. 1997년에는 잠항으로 하와이를 왕복하는 기록을 세웠다. 장보고함은 1998년부터 20여회 이상 해외 연합훈련에 참여하는 등 잠수함사령부의 ‘전설’로 꼽힌다.

무사고 기록의 배경에는 해군의 엄격한 교육과 훈련이 있다. 잠수함사령부는 잠수함 승조원 양성을 위해 ‘도제식 교육’을 한다. 6개월간 교육(SQS)을 받아야 승조원 자격이 생긴다. 해군 관계자는 “잠수함이 활동하는 수중에서는 사소한 실수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99%는 곧 0%다’라는 자세로 항상 안전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군은 무사고 항해 비결을 외국에 전수하고 있다. 잠수함사령부는 2013년부터 ‘국제잠수함 과정’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해 외국군 장교·부사관을 대상으로 수탁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싱가포르, 터키 등 10개국의 76명이 교육을 마쳤다.

해군잠수함사령부 장병과 군무원들이 부대창설 30주년(6. 1.)을 맞아 사령부 본청 앞에서 ‘30주년’ 글자를 만들어 기념하고 있다. [해군 제공]

잠수함사령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잠수함 스마트 지휘체계’ 구축하고 있다. 잠수함 지휘통신 체계에 최신 IT기술(위성통신, 빅데이터·클라우드 기술)을 적용해 승조원 전투수행능력의 극대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해군은 가장 먼저 ‘스마트워치 기반 정보교환 체계’ 마련에 매진 중이다.

이날 기념식은 ‘생활 속 거리두기’ 준수를 위해 외부 인원 초청 없이 진행됐다.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최강의 수중전력으로 해양주권을 수호하고, 수많은 연합·합동작전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쳐온 잠수함부대 장병들의 노고를 치하한다”는 축전을 보냈다.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은 축사에서 “미래에 대한 꿈을 가지고 도전해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자랑스러운 국가전략부대의 전통을 발전시켜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