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션 두리틀(34) 등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워싱턴 내셔널스 선수들이 약속된 주급을 받지 못하게 된 워싱턴 산하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위해 자신들의 봉급을 십시일반으로 모아 전달하기로 했다.
미국 NBC스포츠는 “두리틀이 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워싱턴의 다른 메이저리거 동료들과 함께 주급이 깎일 위기에 처한 마이너리거들을 돕기로 했다”고 같은 날 보도했다.
메이저리그 디펜딩 챔피언인 워싱턴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이달까지 보전하기로 합의한 마이너리거들의 봉급(주급 400달러·약 50만원)을 깎아 논란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MLB 개막이 불투명진 탓에 구단들도 재정에 타격을 입은 상황이었지만 구단들은 적어도 이달까지는 마이너리거들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워싱턴은 달랐다. 워싱턴은 이미 지난주 24명의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방출했음에도, 남아있는 선수들에게 주급으로 400달러가 아닌 300달러(약 37만원)만을 주고자 했다. 매체는 “본인도 마이너리거 출신인 워싱턴 마이크 리조 단장은 불과 3월 20일 ‘워싱턴은 합의한대로 마이너리거들의 봉급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며 “메이저리거들에게 수천만 달러를 지급하는 워싱턴이 마이너리거들에게 과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이너리거에 대한 구단의 냉정한 대처에 워싱턴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발 벗고 나섰다. 워싱턴의 빅리거들이 봉급을 모아 마이너리거 선수들 각각에 발생한 주급 100달러씩의 격차를 메워주겠단 것이다.
두리틀은 트위터에 “워싱턴 마이너리거들이 추가적인 붕급 삭감을 감당해야한단 소식을 듣고는, 워싱턴 메이저리그 멤버들이 모여 마이너리거들을 돕기 위한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다”며 “우리는 과거의 어느 시점엔 모두 마이너리거였기에 그들에게, 그리고 그들의 가족에게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주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마이너리거들은 MLB의 필수적인 부분임에도 현재 시즌이 거의 취소될 위기에 놓여 현 상황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감당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를 인정하고 그들의 곁에서 우리가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두리틀은 MLB 통산 390경기에 나서 23승 21패 111세이브 72홀드 평균자책점 3.02를 기록한 투수다. 지난 시즌엔 월드시리즈 1차전의 9회말을 무실점으로 막아 팀의 승리를 지키는 세이브를 올리기도 했다. 아내와 함께 난민 지원 사업에 동참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태도를 비판하며 월드시리즈 우승팀 백악관 초청 행사에 불참하기도 하는 등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이어가고 있는 선수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