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의대서 대규모 부정행위 정황… “진상조사 착수”

입력 2020-06-01 14:10 수정 2020-06-01 21:12
인하대 전경

인하대 의대 본과 학생 수십여명이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에 대거 가담한 정황이 포착돼 대학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인하대 관계자 A씨에 따르면 이 대학 의학과 본과 1학년 학생들은 지난 4월 온라인으로 시행된 전공필수 과목 ‘기초의학총론’ 시험을 여럿이 모여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시험 일주일 전부터 SNS 등을 통해 적게는 4명, 많게는 10명 단위의 ‘팀’을 꾸린 다음 당일 학생의 집이나 모텔 등지에 모여 응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57명의 수강 인원 중 50명에 달하는 학생이 부정행위 가담 사실을 자진해서 밝혔다고 한다.

본과 2학년 과목 2개에서도 지난 3월과 4월에 걸쳐 이와 유사한 부정행위가 발생한 사실이 확인됐다. 가담한 2학년 수는 41명으로, 1학년까지 합치면 90명 가량이 부정한 방식으로 시험을 치른 셈이다. 일부 학생들이 적발 가능성을 우려해 IP를 위조하거나 텔레그램 등 보안성이 강한 메신저로 소통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학교 측은 진상조사를 통해 2학년의 부정행위 사실을 확인했으며 1학년에 대한 조사 역시 진행할 방침이다. 다른 학교 관계자는 “2학년 부정행위와 관련한 소문이 돈 뒤 일부 1학년이 자진 신고해 와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라며 “회의 등을 통해 처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온라인 시험과 관련해 부정행위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계속 제기됐음에도 학교 측의 대비는 미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간을 촉박하게 주는 것 외엔 부정행위 방지 조치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A씨는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다른 교양 강의에선 학생의 손과 얼굴을 촬영해 제출토록 하기도 했지만, 이 수업에선 그런 조치가 일절 없었다”고 설명했다.

인하대 학칙에 따르면 시험 중 부정행위는 최대 무기정학까지 가능한 사안이다. 타인의 시험지를 훔쳐보면 근신, 시험지를 교환하거나 사전에 준비해두면 유기정학, 대리시험을 보면 무기정학까지 처할 수 있다. 다만 온라인 시험 상황에서 여럿이 의견을 교환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별도 조항은 없다.

인하대는 이날 오후 의과대 상벌위원회를 열고 부정행위 학생 전원에 대해 이번 시험 성적을 0점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더불어 담당교수 상담과 사회봉사 명령도 조치하기로 했다. 학교 관계자는 “본인들이 부정행위를 인정하고 자진 신고한 점과 깊은 반성을 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