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 승’ 이인복 “잘해야 한다는 생각 버린 게 도움”

입력 2020-05-31 19:00 수정 2020-05-31 19:09
이인복이 31일 두산전 승리투수가 된 뒤 기자들과 만나 볼을 들고 미소짓고 있다.

“방송 인터뷰는 처음이었는데, 말이 막히더라구요.”

롯데 자이언츠가 두산 베어스에 연장 11회 접전 끝에 8대 3 승리를 거둔 31일 서울 잠실야구장. 승리 투수가 돼 방송 인터뷰를 막 마친 롯데 투수 이인복(29)이 밝은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이인복은 8회 말 등판해 3이닝을 2피안타 1삼진 무자책으로 막아 프로 데뷔 첫 승을 챙겼다.

이인복은 승리 소감에 대해 “기쁜 건 아니고 떨떠름하다. 너무 오래 걸려서 그렇다”며 “다음 번엔 더 좋은 승리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동료들이 타격에서 도와줘 승리할 수 있었다”며 “첫 승(에 대한) 생각은 그렇게 크지 않다. 팀이 도와줘 할 수 있었기에 승리 투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인복은 이날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던 8회 말 무사 1, 2루의 위기 상황에 등판했다. 하지만 박건우에게 중견수 앞 안타를 맞아 2실점했다. 자책점은 아니었지만 이 실점으로 승부는 연장까지 이어졌다. 이인복은 “그런 상황을 많이 경험하지 못해 부담이 됐다”며 “(박)건우 형에게 맞았을 땐 실수였다”고 복기했다. 3이닝을 던지려고 예상했냐는 질문엔 “던지다 보니 던지게 됐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인복은 오른쪽 어깨 고질적인 통증을 안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질롱코리아 파견을 위해서 급하게 몸 끌어올리다가 오른쪽 어깨 극상근 부상을 당했다. 이에 시즌을 앞두고 캠프에도 합류하지 못하고 재활군에서 2달 동안 운동해야 했다.

힘든 과정이었지만 이인복에겐 귀중한 시간이었다. 이 때 ‘시즌 내내 볼넷을 주지 말고 차라리 더 두들겨 맞자’고 생각을 전환한 게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인복은 “공이 더 좋았던 지난해엔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올해는 ‘그냥 던지자’고 생각한다”며 “친다고 다 안타가 되는 게 아니다. 타이트한 상황에서 막아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빨리 빨리 쳐라’고 생각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선배들의 조언도 이인복이 자신감을 찾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인복은 “(노)경은 선배와 (송)승준 선배가 ‘공 좋으니 하던 대로 하라’고 조언해줬는데, 운 좋게도 승리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연패를 끊기 위해 경기 끝까지 집중력 발휘한 모든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짧게 소감을 밝혔다.

글·사진=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