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SNS기업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게시글을 두고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트위터가 트럼프의 게시글을 숨기고 경고문을 붙인 반면 페이스북은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별도로 대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29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논란이 된 트럼프 대통령의 ‘총격’ 게시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앞서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에 “주방위군을 투입해 폭도를 해산하겠다.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된다(when the looting starts, the shooting starts)”고 밝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저커버그는 자신의 글에서 “우리는 정의가 불공평하게 집행되는 현실에 대해 논의할 의무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온종일 고민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나는 개인의 범주를 넘어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사회적 기관의 대표로서 발언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즉각적인 위험이 감지되지 않는 이상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게 페이스북의 운영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저커버그는 이어 “개인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공감하지 않는다”면서도 “그의 게시글이 페이스북의 운영 원칙을 위반했는지 면밀히 들여다본 결과 별도로 제재를 가하지는 않기로 했다”고 적었다.
트럼프의 게시글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게 오히려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고도 주장했다. 저커버그는 “정부가 진심으로 주방위군을 투입해 시위대를 해산할 계획이 있다면 시민들은 이를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트위터의 게시글 검열 방식을 채택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는 트위터와 달리 폭력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글에 일방적으로 경고성 문구를 삽입하지 않는다”며 “만약 해당 게시글이 정말로 폭력을 조장한다면 통째로 삭제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저커버그의 이같은 행보는 트럼프의 막말성 게시글을 주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트위터의 대응 노선과 확연히 비교된다. 앞서 트위터는 이날 논란이 된 게시글에 “폭력을 미화해 규정을 위반했다”는 문구를 달고 게시물이 보이지 않도록 가렸다.
지난 26일에는 우편 투표가 선거 조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을 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경고 딱지를 붙이기도 했다. 트위터에 조치에 분노한 트럼프는 이틀 후 통신품위법 230조에 의해 보장돼온 미국 IT기업에 대한 광범위한 면책 특권을 축소·폐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