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부천 물류센터 등 수도권 곳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다시 시행됐지만, 주말을 맞은 서울 도심에서 사회적 거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시민들의 불안감도 무뎌진 모양새다.
31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은 주말 나들이를 즐기러 온 시민들로 가득했다. 햇빛을 피하려는 사람들은 그늘로 몰려 삼삼오오 돗자리를 폈다.
공원에서 돗자리를 대여하는 상인은 “어제 밤엔 부산 해운대를 연상시킬 만큼 많은 사람이 모였다”고 전했다. 그는 “요즘은 주말 저녁 매출이 전체의 90%”라고 소개했다. 여의도에 사는 직장인 정모(26·여)씨는 “밤마다 수백명씩 빽빽하게 몰리고 좁은 돗자리 위에서 서로 어깨를 맞대고 술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즐비하다”며 “그런데 마스크도 잘 쓰지 않아 솔직히 불안하다”고 했다.
3월 말부터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쳤다는 반응도 나왔다. 공원을 찾은 한 커플은 “3~4월 열심히 거리두기를 지켜왔지만 결과적으로 열심히 지킨 사람들만 바보된 느낌”이라며 “매일 만원 버스와 지하철을 타는데 오히려 환기할 필요 없는 한강이 제일 안전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쇼핑몰에도 가족, 친구들과 함께 쇼핑하러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대학생 이모(22)씨는 ‘감염이 우려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저녁이면 식당이고 술집이고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걸 모르냐”며 “집에만 있는 게 제일 안전하겠지만 언제까지 집에만 있을 순 없는 노릇”이라고 항변했다.
쇼핑몰 내 한 카페에는 주문을 위해 20여명이 30㎝ 간격으로 줄을 섰다. 50여석 규모의 카페는 만석이었고, 주문 후에도 많은 사람이 좁은 공간에서 음료를 기다렸다. 카페 이용객 중 마스크 착용자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유모차에 앉아있는 아기도 있었다.
전날 밤 찾은 서울 관악구의 한 PC방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지하 1층 80석 규모의 PC방은 50여명 이상이 이용 중이었다. 혼자 온 고객들은 한 칸씩 자리를 띄어 앉았지만 2~3명씩 같이 온 손님들은 함께 몰려 앉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대여섯명에 불과했다.
PC방 직원은 “흡연실은 바닥이고 재떨이고 침 범벅이라 청소하러 들어갈 때마다 감염될까 걱정된다”며 “마스크를 안 썼다고 쫓아낼 수도 없어 불안하다”고 우려했다.
반면 워킹스루 선별진료소가 설치된 여의도 앙카라공원은 휴일인 31일 이른 시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전 9시쯤 찾은 선별진료소에는 30여명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중이었고 배부된 번호표는 170번대를 넘어섰다. 다들 편안한 복장으로 선별진료소를 찾았지만 마스크 너머로 불안한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날 하루종일 돌아본 서울 시내 여러 현장 가운데 사회적 거리가 철저히 지켜진 곳은 선별진료소 뿐이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