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서사에 기반을 둔 여성영화는 한국영화계에 주류 트렌드가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움츠러들면서 기지개를 켤 준비를 마친 6월 극장가에 또 한 번 ‘여풍(女風)’이 분다. 여성 감독과 여성 배우가 합심한 여성영화가 특히 눈에 띈다.
오는 4일 개봉하는 ‘프랑스여자’는 한국영화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물었던 40대 중년 여성의 특별한 여정을 담은 예술영화다. 20년 전 배우의 꿈을 안고 프랑스 파리로 떠난 여자가 서울로 돌아와 옛 친구들과 재회하는 과정을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풀어내는 독특한 작품이기도 하다.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돼 박수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 영화가 화제를 모으는 또 하나의 이유는 김희정 감독과 배우 김호정이 힘을 합친 작품이어서다. ‘열세살, 수아’ ‘설행-눈길을 걷다’ 등에서 감각적인 연출로 호평받은 김 감독과 30년차 베테랑 배우 김호정은 이번 작품에서도 일상인과 예술인의 경계에 서 있는 40대 후반 여성의 쓸쓸함과 고독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특히 김호정의 연기가 관객들을 스크린 안으로 단숨에 끌고 들어간다.
근 몇 년 간 여성 감독과 여성 배우의 협업은 극적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김보라 감독의 ‘벌새’(2019)가 대표적이다. 10대 소녀의 성장기를 그렸던 이 영화는 시대의 초상을 세밀한 언어로 풀어내며 해외 유수의 영화제 릴레이 수상으로 화제를 모았다. 동명 베스트셀러 원작의 ‘82년생 김지영’(2019) 역시 김도영 감독 작품으로, 30대 여성의 삶을 현실적으로 풀어내 여성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꼭 이런 협업이 아니더라도 여성영화 자체의 저변도 대폭 넓어졌다. 이전보다 다채로워진 소재로 꾸며진 영화들이 관객을 만나고 있다. 18일 개봉하는 영화 ‘야구소녀’가 그런 케이스다. 고교 야구팀의 유일한 여자이자 시속 130㎞의 강속구로 천재 야구소녀라는 별명을 지닌 주수인(이주영)이 졸업을 앞두고 프로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린 여성 성장 드라마다.
“사람들이 내 미래를 어떻게 알아요? 나도 모르는데” “야구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니깐 여자건 남자건, 그건 장점도 단점도 아니에요” 등 주수인의 대사는 공고한 젠더의 벽에 묵직한 직구를 던진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영화는 전석 매진 등 인기몰이를 했다. 신예 이주영을 중심으로 이준혁 염혜란 등 굵직한 배우들이 힘을 보탠다. 최윤태 감독의 첫 장편영화 연출작이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